<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깡통 전세’위험 클때는 내집 마련도 지혜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서 덩달아 전셋값도 치솟고 있습니다. 주택 매매거래가 활성화될 경우 전셋값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죠. 정부 정책 의도와 달리 오르기만 하는 전셋값은 부동산 시장 왜곡의 전조일 가능성이 큽니다.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깡통 전세’입니다. 깡통 전세란 특정 주택의 대출금 총액과 전세금액의 합계가 매매가의 70%를 넘는 경우를 말합니다. 채권자(금융권 등)가 대출금을 받아내기 위해 경매에 부칠 경우 전세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한 데서 유래했다네요. 깡통 전세는 전셋값은 오르는데 매매가는 상대적으로 안 오르는 부동산 침체기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금융권 부실의 도화선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지난 9월 69.9%에 비해 0.1%포인트 오른 70%를 기록했습니다. 아직 수도권 자치단체들은 평균 65%선이지만 광주 북구(80.37%), 경북 구미시(80.03%) 등은 80%를 넘었습니다. 화성시 능동의 ‘능동 푸른마을 모아미래도’는 전세가율이 93.21%에 이른다고 하네요. 평균 매매가는 2억5785만 원인데 평균 전세금은 2억4085만 원이라고 합니다. 이런 아파트의 경우 대출금이 없어도 깡통 전세로 전락할 수 있지요.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실수요자가 많이 찾는 학군이나 교통이 좋은 지역의 경우 전세가율이 80%가 넘는 곳이 많습니다.

깡통 전세의 위험은 전세를 살고 있는 모든 세입자가 안고 있는 문제입니다. 대출금이 있는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 하락에 따라 전세금의 일정액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당초 전세 입주 때 대출금이 없었다고 해도 집주인이 후순위로 금융권 대출이나 사채 등을 빌릴 경우 지루한 소송전에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전세가율이 높으면 아파트값이 하락할 경우 집주인의 금융권 대출이 없더라도 전세금을 돌려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요. 이에 따라 무주택자나 단순 전세입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시장 상황 등을 따져본 후 전세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세가율이 최고조로 올라가는 시기에 전세살이와 내집살이의 장단점과 주택시장의 미래에 대해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집값이 지속적으로 하락 혹은 보합세를 유지할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며 무조건 전세를 고집하는 것은 ‘내집 마련의 길’과 재테크를 오히려 더 멀어지게 할 뿐이지요. 물가상승률, 통화가치 하락, 집값 상승 가능성, 심리적 안정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전세살이와 내집살이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깡통 전세 리스크를 짊어지고 살기보다는 장기적인 재테크 차원에서 내집 마련에 나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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