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발표뒤 복지부동?…해경, 中불법어선 단속 손 놨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내팽개치고… 지난 9일 전북 부안 왕등도 인근 해상에서 선명 미상의 중국 어선에 옮겨 탄 한 중국인 선원(노영어 50987호 쑹 선장으로 추정)이 목포해경 소속 특수기동대원의 몸을 감싸 쓰러뜨리려 하고 있다. 해경 촬영 동영상 캡처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정부가 해경 해체를 발표한 이후 해경이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월호 사고 수습에 주력해온 목포해경의 단속 실적이 저조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산하 다른 해양경찰서들의 단속 활동이 미미했던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13일 서해해경청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관할 5개 해경서(평택, 태안, 군산, 목포, 완도)의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 건수는 총 28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3척에 비해 크게 줄었다. 목포해경은 지난해 같은 기간 68척에서 26척으로 줄었다. 또 목포해경을 제외한 다른 4개서의 단속실적은 지난해 25척에서 2척으로 줄었다. 목포해경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이후 대부분 장비와 인력을 사고 수습 현장에 투입해왔기 때문에 단속이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해경서의 경우 중국어선 단속에 손을 놓았다는 비판을 받기 어렵게 됐다. 물론 지난 5월 정부의 해경 해체 발표 후 해경들의 사기가 저하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단속 실적이 너무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목포를 제외한 다른 해경서들도 세월호 사고 수습에 동원됐기 때문에 그만큼 중국어선 단속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들어와 불법조업을 일삼는 중국어선들과 벌이는 ‘전쟁’이 올겨울에 더욱 혹독할 것으로 예상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해마다 10∼12월 단속 건수가 연간 실적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만큼 불법조업이 극성을 부리는 데다, 올해는 해체 위기를 맞은 해경의 느슨한 단속을 틈타 무허가 중국어선들이 여느 해보다 더 많이 몰려올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특히 타망(저인망)어선들의 금어기(4월 16일∼10월 15일)가 풀리는 오는 16일부터 서남해 우리측 EEZ에 형성된 ‘황금 어장’에서 불법조업이 극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황금 어장은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북서방 50마일 부근, 흑산면 가거도 서방 40마일 부근, 전북 부안군 상왕등도 서방 60마일에 형성될 것으로 분석됐다.

해경은 중국어선들이 우리 정부가 허가해준 선박 척수 및 어획량을 무시하고 대거 몰려들 것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중 어업협정’ 등에 따라 정부가 올 한 해 동안 EEZ 우리 측 해역에서 조업을 허용한 중국 어선은 784척(쌍타망 770척, 단타망 14척)으로 이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지난 1월부터 4월 15일까지 조업을 했다. 이들 어선에 대해 허가된 올해 어획량 3만9079t(쌍타망 3만8496t, 단타망 583t) 중 상당 부분도 이미 달성됐다. 따라서 허가받은 중국어선들이 연말까지 잡을 수 있는 어획량은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다.

중국 선원들의 흉포화 경향이 중국 정부의 재발방지 약속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중국 선원들은 불법조업을 하다 적발될 경우 어획한 물고기를 모두 압수당하는 것은 물론 많은 담보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결사적으로 저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보금은 무허가조업의 경우 t수에 따라 1억∼1억5000만 원에 달하고, 제한조건 위반(조업수역·기간·어구·어법 위반, 조업일지 부실기재 등) 때는 700만∼8000만 원을 물어야 한다.

목포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