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직업재활 현장을 가다>손주처럼… 어르신들 식사 돕고 함께 산책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7일 경기 남양주시 수동군 내방리 에덴노인전문요양센터에서 발달장애인 김아름(사진 왼쪽) 씨와 박덕증(〃 오른쪽) 씨가 송비선 할머니와 산책을 하다 주변 경치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할머니, 늘 건강하셔야 해요.” “오냐, 건강해야지.”

지난 7일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 내방리 에덴노인전문요양센터 2층 테라스. 젊은 남녀가 휠체어에 앉은 노인과 산책하며 정겨운 대화를 주고받았다. 언뜻 보면 시설에 입소한 할머니를 면회 온 손주들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요양보호사 보조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김아름(여·19) 씨와 박덕증(26) 씨다. 이들은 요양보호사 보조로서 입소노인의 산책을 돕거나, 청소·식사보조·이동 돕기 등 각종 업무를 맡고 있다.

에덴노인전문요양센터는 여느 요양시설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젊은 요양보호사 보조인이 11명이나 된다. 모두 발달장애인으로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장애인 일자리사업의 도움을 받아 요양시설에 취업한 경우다. 이들의 취업은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일자리 기회 제공이라는 사업 목적이 주된 이유이지만, 시설입소 노인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주로 고령의 노인들이 거주하는 요양시설에서 젊은이들의 활동은 시설 곳곳에 활기를 주고, 환자에게도 힘을 북돋우는 역할을 한다.

김 씨는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도와드렸을 때 좋아하시는 것을 보면 더욱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박 씨는 “아침마다 어르신들 머리를 빗겨드리는 게 좋으신지 나를 많이 찾는다”며 “그때마다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이들과 산책한 송비선(81) 할머니도 지난해 4월 뇌졸중으로 입소할 때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젊은 요양보호사 보조인들과 함께 생활한 덕분인지 이제는 조금씩 걷을 수 있을 정도로 기력을 회복했다는 것이 시설 측 설명이다. 송 할머니는 “(요양보호사 보조인이) 우리를 도와주고 말도 잘 들어줘 참 좋다”고 말했다. 정현철 에덴노인전문요양센터 원장은 “이들이 시설에 오면서부터 센터에 생기가 돌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좋아하고 기존 요양보호사들의 업무도 크게 줄어 조금 더 양질의 요양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환자는 물론 환자와 보호자의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사업은 올해 처음 시작됐다. 지난해 하반기에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 장애인들의 직업능력이 향상되고 시설입소 노인들의 만족도도 높아지는 등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면서 올해 정식사업이 됐다. 10월 현재 전국 71개의 노인복지시설에서 195명의 발달장애인들이 일을 하고 있다.

이 사업에 발달장애인 아들을 보낸 이경남 새누리장애인부모연대 남양주지부 부회장은 “아들이 굉장히 발전하고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어 부모 입장에서 매우 만족한다”며 “정부가 이 같은 일자리 사업을 더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일부 노인복지시설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 탓에 요양보호사 보조업무를 맡기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장애인은 물론 요양시설에도 좋은 이 사업에 더 많은 요양시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숙영 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장은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사업은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특화된 일자리사업이라는 점과 장애인 참여자의 만족도가 높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사업의 안정적인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