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防産부패’에 무너지는 安保>“軍피아-방산업체 유착… 전쟁나면 파멸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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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방위력 개선비 11조 원과 전력운영비 25조 원을 합쳐 한 해 국방비 36조 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군과 방산업체 간 유착과 부실 운영 등으로 무기획득시스템에 고장이 나면서 국방예산이 줄줄 새고 있다. 특히 설계와 운용, 관리 등의 총체적 부실로 최첨단 무기가 맹탕·부실 무기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K-2전차 등 주력 무기의 전력화가 수년간 지연되고 양산 물량이 감소되는 현상이 벌어지는가 하면, 1조 원대의 국민 혈세를 쏟아부은 이지스함 율곡이이함을 비롯해 아시아 최대 규모 대형 수송함인 독도함과 국산 명품 무기로 선전된 K-21 장갑차 등 최첨단 무기가 설계 단계 또는 운용 과정에서의 부실 관리로 제대로 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맹탕 무기화하는 실정이다.

군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방위사업 담당자와 군 출신 방산 종사자들의 무책임과 부패에 의한 유착비리의 합작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같은 부실 장비로 작전이나 전쟁에 임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보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란 지적도 많다.

◆잦은 폭발사고로 K-11 복합소총 ‘공중폭발탄’ 전량 폐기 위기 = 잇따른 안전사고와 개발 지연 끝에 국산명품 무기로 선전돼온 K-11 복합소총의 전력화가 지연되고 결함이 발견되면서 미리 생산된 15만 발의 20㎜ 공중폭발탄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안규백(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K-11의 공중폭발탄 15만 발(1발당 13만5000원)을 미리 생산했지만 설계상 결함이 발견되면서 전면 폐기처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4283억 원을 투자하는 K-11 사업은 개발·양산 과정에서 숱한 기술적 결함과 오류가 발생하면서 3000여 정(정당 1400만 원)의 납품이 지연되면서 수백억 원대의 지연배상금(지체상금)이 발생,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방사청이 개발업체인 S사의 요청에 따라 6월 군수조달분과위원회와 9월 최종 심의를 거쳐 22억여 원의 지연배상금을 면제했다.

방사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의 기술변경에 따른 규격관리 수정 등 설계 잘못을 인정하고 업체의 귀책사유는 일부만 인정, 3억5000만 원에 대해 지연배상금을 부과한 것이다. 설계 오류 등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고 업체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문제는 2014년 3월 야전 운용성 시험 평가에서 20㎜ 공중폭발탄 신관 폭발사고로 인한 3000여 정에 이른 납품 지연에 따라 발생한 수백억 원대의 지연배상금을 업체에 물리지 않고 또다시 면죄부를 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산 전문가들은 2011년 K-11 폭발 시 국방부 감사에서 드러난 사격통제장치의 탄약 신관프로그램 및 격발장치 오류와 함께 신관 폭발을 일으키는 전자기 간섭을 차단하기 위한 사통장치·탄약 신관의 전자방해잡음(EMI) 차폐 보호막을 입히는 문제 등 구조적 결함 가능성이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설계 실패로 수상훈련에서 잠수한 K21 장갑차 = 방사청이 국산 기술로 개발한 명품 무기로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수상 훈련 도중 침몰 사고로 인명 피해까지 초래한 K21 장갑차 전력화 실패 역시 설계 잘못 때문으로 알려졌다.

안규백 의원에 따르면 K21 장갑차 전면 하단부의 파도막이는 수중 장애물을 밀어내며 전진을 용이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 2011∼2013년 K21 51대의 파도막이가 훈련 도중 파손됐다.

안 의원은 “파도막이가 장갑차 하부에 고정돼 다른 육상 훈련 시에 파손되기 쉬운 데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섬유복합 재료로 만들어 충격에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 때문에 일선부대에선 K21 장갑차의 도하훈련을 꺼린다”고 주장했다. 근본적인 설계 결함을 고치지 않고 땜질식 처방으론 K21이 ‘잠수 장갑차’의 오명을 벗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안 의원은 또 “해군이 최신예 독일제 214급 잠수함이 연료전지 결함으로 이미 93차례나 고장 난 사실을 확인, 잠항 능력 낙제 사실을 알고도 3척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연료전지가 열흘 이상 연속 작동해야 함에도 하루만 작동했고 인수 뒤에도 연료전지가 102차례나 멈춰섰다는 것이다.

◆독도함 등 주력 함정 절반 이상이 유도탄 실사격 경험 전무 = 국방위 정미경(새누리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해군 함정 유도탄 사격 현황’에 따르면 상륙강습함 독도함과 한국형 차세대구축함 강감찬호 등 유도탄 사격이 가능한 함정 60척 중 함대함·함대공 유도탄 실사격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함정이 절반을 넘은 36척에 달했다.

정 의원은 “최근 3년간 해군 함정 유도탄 실사격은 2012년 11발, 2013년 2발, 2014년 10월까지 7발로 연평균 7발에 불과했다”며 “실사격 훈련 부족으로 과연 실전에서 제대로 싸울 수 있겠느냐”고 우려를 표시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