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생님>“혼자 아닌 함께하는 연주로 ‘배려와 소통’ 가르쳐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6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동 동작고등학교에서 채혜련 교사의 지휘로 학생 오케스트라단이 ‘오페라의 유령’을 연습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채혜련 서울 동작고 교사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고등학교에 들어와서야 악기를 처음 다뤄본 A(19) 씨는 올해 한 대학 음악과에 트럼펫 연주 특기로 입학했다. 어려서부터 몸도 약했던 A 씨는 수업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는 등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A 씨가 음악이라는 새로운 꿈을 찾고, 대학 진학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서울 동작구 동작고등학교 오케스트라단 덕분이다. 오케스트라에 들어와 채혜련 음악교사의 지도를 받으면서 A 씨는 음악에 흥미를 느끼게 됐고, 매일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연습을 해 인근 주민들로부터 시끄럽다는 민원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노력했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A 씨는 학교 생활도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 됐다.

채 교사가 이 같은 음악의 힘을 믿으며 오케스트라를 이끈 지 올해로 벌써 9년째다. 동작고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교육부의 오케스트라 지원 사업을 통해 오케스트라단에 저소득층 자녀 25∼30% 정도를 포함,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채 교사는 “음악은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믿어 오케스트라를 시작하게 됐다”면서 “혼자하는 음악이 아니라 함께하는 음악은 남이 내는 소리에 맞춰 내가 내는 소리를 조정하면서 타인에게 귀 기울이고 소통하는 자세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30명의 학생들이 오케스트라단에 참여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 잠깐 악기를 연주한 경험이 있는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악기를 처음 연주하지만, 연습 몇 개월 만에 학교 축제 등 각종 행사에서 공연을 할 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 공연 봉사활동도 할 정도로 성장했다. 채 교사가 방과후는 물론 주말까지 학생들과 함께 연습을 하는 덕분이다. 채 교사는 평소에 인성교육, 성교육을 해줄 정도로 친근하지만, 연습할 때는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으로 변한다. 그는 “연습을 할 때는 스파르타 식으로 한다”며 “무언가를 정말로 열심히 해서 성장을 하고, 그로 인해 성취감을 느끼도록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많은 공연을 통해 학교에서 선생님들이나 친구들에게 칭찬을 받으면서 오케스트라단 학생들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게 됐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보람도 느낀다. 동작고 오케스트라단의 열정적인 연주는 인근 학교에도 소문이 나 오는 12월 서울 학생 오케스트라단 콘서트도 동작고에서 개최하게 됐다.

오케스트라단에서 플루트를 연주하는 2학년 권희연(17) 양은 “초등학교 때 잠깐 배웠던 플루트를 다시 연주하고 싶어 오케스트라를 시작하게 됐는데, 다같이 합주를 하면서 음악을 만들어 나갈 때 정말 즐겁다”며 “선생님이 악기를 닦는 물품을 챙겨주시는 등 아주 사소한 것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