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앞에서 목 터져라 외쳐도 메아리 없는 좌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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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절벽 앞에서 목이 터지도록 외쳐도 돌아오는 메아리가 없는 것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17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코레일이 결국 방만경영 해소를 위한 노사협약 체결에 실패한 심경을 이렇게 전했다.

최 사장은 “31번에 걸친 정식교섭과 39번의 보충교섭을 하며 각고의 노력 끝에 노사 합의를 이뤘다”며 “뜻밖에 노조 집행부가 불신임을 받고 노조 직무대행체제는 ‘교섭권한이 없다’며 아무리 설득해도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아 큰 좌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코레일 노사는 지난 8월 18일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에 따른 방만경영 개선 과제 가운데 퇴직금 산정 기준을 제외한 25개 항목에 모두 합의했다. 하지만 철도노조 집행부에 대한 신임 여부를 묻는 조합원 총투표에서 노조 집행부가 불신임됐고, 직무대행체제가 교섭을 거부하면서 노사 합의가 불발된 채 공공기관 정상화 중간평가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을 넘겼다.

최 사장은 “올해 국내 철도역사상 처음으로 영업흑자가 예상돼 드디어 만성적자 꼬리표를 떼어 버릴 수 있게 됐다”며 “단 하나 항목 때문에 방만 공기업으로 낙인 찍혀 회사와 직원들이 불명예를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 너무나 절망스럽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2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최 사장은 “오래전부터 철도 분야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힘든 것은 없었다”며 “다만 회사 내부에 파란만장한 일이 많았고 중요한 의사 결정이 많아 책임감이랄까 막중한 부담감 같은 것이 있었다”고 말했다. 코레일 노조는 최 사장 취임 두 달 만인 지난해 12월 수서발 KTX법인 설립에 반대해 대대적인 파업을 벌였다.

최 사장은 “내년은 철도청에서 코레일로 바뀐 지 10년이 되는 해로 외국 철도 역사를 보면 10년 안에 모든 개혁을 마치는데 우리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인식이 없어 안타깝다”며 “회사는 우리가 함께 가꿔야 할 대상이지 투쟁의 대상이거나 정부 정책과 씨름하는 장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10월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부채감축 및 방만경영 개선 대상 38개 기관 중 실적부진 하위 30% 가운데 일정 점수 이하 기관장·상임이사의 해임을 건의할 계획이다. 코레일은 노사 합의 실패로 점수를 많이 깎이게 된 상황이다. 최 사장은 “공직자라는 게 영원한 것도 아니고 인사권자의 뜻에 따를 뿐”이라며 “방만 공기업이란 불명예를 씻기 위해 노조가 지금이라도 교섭에 응해 주길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