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의 힘, 매뉴얼 없는 조직문화에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구글 캠퍼스 텔아비브(이스라엘)에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일하고 있다. 구글은 직원들이 서로 어지럽게 부대끼며 상호작용을 하는 가운데 아이디어가 솟아난다고 믿는다. 구글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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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 에릭 슈미트·조너선 로젠버그 지음, 박병화 옮김/ 김영사

구글이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압도적인 인터넷 기업임은 두 말할 나위 없지만, 이와 함께 새롭고 바람직한 업무환경의 기업으로도 명성이 높다. 규모와 효율, 그리고 높은 이윤창출의 차원을 넘어 창의적인 인재와 성공적인 조직문화를 갖춘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구글이 전 세계인들로부터 ‘가고 싶은 직장’ 1위로 꼽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구글 직원들은 수영장과 암벽등반시설, 마사지숍 등을 갖춘 복합쇼핑몰 같은 사옥에서 근무하며 공짜로 미용과 세탁, 의료서비스를 받고 최고급 호텔 경력의 요리사들이 만드는 음식을 먹고 마신다. 출산한 직원이 식사가 불편할 것을 염려해 회사는 500달러 이내의 배달음식을 제공하고, 남편도 2주의 유급 출산휴가를 다녀올 수 있다. 경력 개발을 위한 학비와 프로그램 전부를 지원한다. 이쯤이면 구글을 누구나 선망하는 ‘꿈의 직장’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그렇다면 구글의 직원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떻게 일을 하는 것일까. 어떻게 회의를 하고 아이디어를 모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을 내리는 것일까. 또 경영자들은 이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과 전 수석부회장이자 고문인 조너선 로젠버그는 이 책에서 답을 보여준다. 구글을 위시한 성공한 인터넷 기업의 과장 섞인 영웅담을 담은 책은 많다. 이 책 역시 성공담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성공 자체보다 전문성과 창의성을 가진 인재란 과연 어떤 사람들이며 이들을 관리하고 직장을 ‘매일 오고 싶어 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구글이 어떤 방법을 택해 왔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경쟁을 논의하는 구글 이사회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구글은 이사회에 재정계획이나 수익원 창출 등에 대한 방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믿기 힘들지만 시장조사도, 마케팅에 대한 논의도, 유통경로의 전략도 전무했다. 심지어 조직 기구표도, 제품 개발의 로드맵도 없었다. 구글은 ‘마케팅’이 아니라 기술의 개발과 끊임없는 제품의 혁신을 전략으로 택했고, 지금의 성공을 거뒀다. 구글이 보여준 것은 혁신과 기술개혁이야말로 시대의 핵심 가치라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창의적 인재들이 있었고, 그 인재를 잘 관리해온 구글의 조직문화가 있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줄곧 강조하는 내용은 ‘경영진이나 간부가 포괄적인 정보를 독점하고, 결정의 전권을 행사하던 이른바 지시와 통제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리더십이나 의사결정 구조는 기술개발 속도를 떨어뜨리고 결국 사업에 방해만 될 뿐이란 얘기다. 구글의 조직문화를 관통하는 정신은 ‘혼란’이다. 정돈되고 질서 있는 사무실보다 직원들이 서로 어지럽게 부대끼며 상호작용을 하는 가운데 아이디어가 솟아난다고 믿는다.

저자는 구글의 이런 조직문화는 기술의 진보와 기업의 생존환경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설명한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을 통한 정보의 격차 없는 유통과 무한한 디지털 전시공간은 기업의 환경을 급격히 변화시켰다. 이런 변화는 기업들이 조직이나 시장에 대한 대응도 혁신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까지와 같은 방법을 고수했다가는 실패하거나 적어도 시대의 흐름을 놓치고 말 것이라는 게 저자의 경고다.

책에는 최고의 비즈니스 리더인 저자의 조직관리에 대한 다양한 금언과 함께 실제 기업 경영에서 성과를 검증한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반짝거린다. 단순히 ‘참조할 만한 기업의 조직관리법’ 차원을 뛰어넘어, 거대한 변화의 시대인 지금의 비즈니스는 사업 전망이 과거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다음에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앞으로 기업과 개인이 살아남고 번성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이런 변화를 뚫고 나갈 것인지 등에 대한 중요한 힌트가 이 책에 있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