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시대 통비법, 디지털화 시급”

디지털 기기가 갈수록 진화하고 메신저 등의 활용도가 증가하는 만큼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이버범죄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행 형사소송법이나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등 법령정비가 시급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다음카카오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수사기관이 감청영장을 통해 대화내용을 수집하는 것은 모호한 법체계로 위법 논란이 불거졌고, 디지털 증거에 대한 압수수색 역시 2011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디지털 조항이 추가됐지만 수색 범위 등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압수수색영장 집행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정보기술(IT) 사업자들이 메시지 저장기간을 단축하고, 감청 장비를 마련하지 않더라도 현행법상 IT사업자들에게 제재를 가할 수 없어 결국 감청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

정완(사이버범죄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7일 “법에 근거한 증거 수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통비법 등을 시급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명백한 구성요건을 갖춘 법을 만드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우선 압수수색의 경우 업체 서버의 디지털 정보가 방대한 데다 현장에서 선별해서 가져오기 어려운 맹점이 있기 때문에 증거 수집과 분석을 분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수사기관이 통째로 증거를 압수하고, 법원에서 다시 분석허가를 받는 방식이다. 분석에는 중립성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제3의 기관이나 전문가에게 범죄 관련성이 없는 내용을 배제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다. 사찰 논란이 제기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대화방의 경우 3000여 명이 연결돼 있었지만 이 같은 방식이 적용되면 범죄 혐의점과 관련 없는 제3자의 대화 내용을 수사당국은 볼 수 없게 된다.

합법적 감청이 중대 범죄에 대해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세분화된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