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환수율 5년만에 최저… 범죄악용 우려

5만 원권 지폐의 환수율이 급락하고 30만 원 이상 고액상품권 발행이 1년 사이에 2배로 늘어나는 등 고액권 지폐 등이 지하경제에 악용되고 있다는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논란이 거세지자 올해 처음으로 화폐 수요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여 연내 공표할 방침이다.

19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7∼9월 발행된 5만 원권은 4조9410억 원에 달했지만 환수된 5만 원권은 9820억 원으로 환수율이 19.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발행 첫해를 빼고는 처음으로 10%대로 하락한 것이다. 올 3분기 환수율이 19.9%라는 것은 한국은행 금고에서 빠져나와 시중에 풀린 5만 원권이 1000장이라면 한은에 돌아온 5만 원권은 약 199장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분기 환수율이 이보다 낮은 때는 2009년 6월 첫 5만 원권 발행 이후 그해 2분기(0.1%)와 3분기(1.1%)를 빼고는 없다. 연도별 환수율은 5만 원권 발행 첫해인 2009년 7.3%에서 2010년 41.4%, 2011년 59.7%, 2012년 61.7%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다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지난해 48.6%로 뚝 떨어졌으며 올 들어서는 24.4%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한은 관계자는 “올해 3분기에는 추석을 앞두고 5만 원권 공급 물량을 늘린 요인도 있다”고 말했다.

5만 원권 환수율이 급락하고 있는 것은 지하경제와 관련된 것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한은 국정감사에서 박덕흠 새누리당 의원은 “개인이나 회사가 현금 형태로 재산을 보유하거나 세금을 피하기 위한 현금거래를 늘리는 것”이라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주장했다.

한편 지난해 한국조폐공사가 유통사의 위탁을 받아 찍어낸 30만 원·50만 원권 상품권은 478만 장으로 1년 전(227만 장)보다 110.6% 증가했다. 액면가 50만 원의 상품권은 2009년 42만1000장에서 지난해 365만4000장으로 4년 만에 9배 가까이로 급증한 것이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