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감염 초기 혈소판 지속적 수혈하면 회복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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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인 미국과 스페인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병(에볼라 출혈열)의 2차 감염이 나타나면서 전 세계에 감염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스페인의 경우 에볼라 감염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에볼라 발병국에 보건의료인력을 파견하기로 결정한 우리나라도 2차 감염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건당국은 파견 의료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각종 상황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으며, 현재도 에볼라 발병국을 방문한 모든 입국자를 의사가 문진하고, 이후 매일 모니터링을 하는 등 미국, 스페인에 비해 강도 높은 검역을 하고 있음에도 국민적인 불안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에볼라가 치명적인 바이러스인 것은 사실이지만, 에볼라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불안감을 더 확산시키고 있다. 호흡기 전파가 되지 않고, 잠복기에는 감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은 드물다. 또 감염이 된다고 해도 수혈 등으로 제대로 관리하면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에볼라를 무턱대고 두려워하기 전에 어떤 질병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감염자 분비물 주의해야 = 에볼라 바이러스는 사람 간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감염된 사람의 혈액 또는 대변, 소변, 침, 정자 같은 분비물이나 체액이 다른 사람의 피부상처 또는 점막을 통해 직접 접촉 시 감염된다. 또 에볼라 환자의 체액으로 오염된 옷, 침구류, 감염된 바늘 등이 건강한 사람의 점막이나 피부 상처에 접촉될 경우에도 감염될 수 있다. 그러나 벌레나 음식물, 공공장소에 묻어있는 체액 등 간접적인 접촉으로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질병관리본부는 보고 있다. 특히 에볼라에 감염돼도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기에는 전파력이 없어 분비물이나 체액 등을 통해 건강한 사람에게 옮겨지지 않는다.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서아프리카 3개국을 방문해도 감염자와 접촉이 없었으면 감염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는 에볼라 감염 위험군으로 의료진을 첫번째로 꼽고 있다. 이어 감염자와 직접 접촉이 있었던 사람이나 가족구성원, 에볼라 사망자의 매장 과정에서 접촉을 한 경우 등이 위험군에 포함된다. WHO는 현재 대부분의 2차 감염이 에볼라 환자를 돌봤던 의료진에서 나타나는 것은 그들이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장비 부주의로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위험지역 방문을 자제하고 감염자와 접촉하지 않아야 한다. 평상시 손씻기 등의 개인위생을 지키는 것도 필수다. 정부는 서아프리카 3개국을 방문한 뒤 국내에 입국하는 사람이라면 의심증세가 없어도 전원 의사 문진을 통해 검역하고, 관할보건소를 통해 최대잠복기 동안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다.

◆감기 증세와 유사한 증상 =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최소 2일에서 최대 21일 동안의 잠복기를 거쳐 38도 이상의 갑작스러운 발열, 전신 쇠약감, 근육통, 두통, 인후통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WHO는 감기 증세와 에볼라 의심 증세를 구분하기 위해 ▲에볼라 환자 또는 의심환자의 혈액 또는 체액과 접촉 ▲에볼라 전파가 일어나고 있는 지역(서아프리카 3개국) 거주 또는 여행 ▲에볼라 유행지역의 박쥐, 설치류, 영장류와의 접촉 등 3가지 중 한가지에 해당한 경우 의료진에게 의심환자로 진단하라며 권고하고 있다. 에볼라는 일반적으로 감염 후 8∼10일 정도 지나면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신장과 간에서 유해 독성을 제거하는 기능을 공격한다. 이로 인해 구토, 설사, 발진, 신부전, 간기능 이상 그리고 체내·외 출혈이 나타난다. 또 감염자의 면역세포도 공격해 혈액검사를 하면 백혈구와 혈소판수가 감소하고 간 효소수치는 증가한다. 증상이 시작된 뒤 5∼7일 정도면 피부발진이 나타나고 피부에 출혈이 발생하며, 회복될 경우 증상 발생 후 10∼12일 정도 뒤부터 증상이 호전된다.

◆의심증세 있으면 즉각 신고해 치료받아야 = 에볼라 발생국가 방문 후 발열 및 출혈 등의 증상이 있으면 즉시 신고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입국 시 증상이 나타나면 공·항만 국립검역소 검역관에게 신고하고, 귀가 후에 증세가 나타나면 가까운 보건소나 질병관리본부 생물테러대응 핫라인(043-719-7777)으로 신고하면 된다.

현재 에볼라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지만, 초기에 혈소판을 지속적으로 보충해 주고 수액과 전해질을 투여하면서 대증요법(질병의 원인 치료가 아닌 증세 치료)으로 관리할 경우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에볼라 감염자의 사망원인은 혈소판 감소와 내부 출혈로 인한 합병증이다. 성분헌혈(혈액 가운데 일부 성분만을 분리하여 채혈하는 것) 시스템이 잘 갖춰진 우리나라의 경우 감염자가 초기에 발견돼 지속적으로 혈소판을 보충해 주면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설명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성분헌혈은 첨단장비가 필요하고 장기보관이 어려워 시설을 제대로 갖춘 나라가 많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잘 갖춰져 있다”며 “서아프리카에서 사망자가 많은 것은 성분 수혈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치료를 받아 회복이 돼도 혈액과 분비물에 바이러스가 있는 한 감염성이 있기 때문에 환자는 퇴원 전까지 실험실 검사를 통해 바이러스가 체내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지를 의료진으로부터 진단을 받아야 한다. 남성의 경우 회복 후 최대 7주간 정자를 통해 바이러스 전파가 가능하므로 회복 후 최소 7주간 감염남성은 성접촉을 피해야 한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