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땐 몰랐을 걸? 안방극장 스타 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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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서-황정음-서현진. 최근 MBC ‘왔다 장보리’가 종방되기 전까지 주말 저녁 시간대 드라마를 이끌며 맞대결을 벌이던 3인이다. ‘왔다 장보리’를 이끈 오연서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SBS ‘끝없는 사랑’의 황정음과 tvN ‘삼총사’의 서현진 역시 안정된 연기력으로 호평받았다. 이들 모두 한 때는 걸그룹 멤버였다. 물론 걸그룹으로 활동하던 시절 ‘잘 나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배우로 전업한 후에는 주연 자리를 꿰차며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오연서는 2002년 걸그룹 러브의 멤버로 연예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12년 전, 그의 나이 15세 때였다. 당시 이 그룹에는 현재 배우로 활동 중인 전혜빈도 몸담고 있었다. 이 그룹은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해체됐고 오연서는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후 배우로서 바닥을 다졌다. 이후 영화 ‘여고괴담5’와 다수 드라마에 출연했으나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2012년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고 ‘오자룡이 간다’에 이어 ‘왔다 장보리’로 연타석 홈런을 치며 주연급 여배우로 발돋움했다.

그의 연기력이 돋보인 대목은 사투리. ‘왔다 장보리’에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하지만 그의 고향은 경상남도 창녕. “외국어를 배우는 기분으로 사투리 대사를 연습했다”는 오연서는 치밀한 준비 끝에 전라도 사투리를 익혔다.

‘왔다 장보리’와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되며 시청률 대결을 펼친 ‘끝없는 사랑’의 황정음 역시 오연서와 같은 해 걸그룹 슈가의 멤버로 데뷔했다. 2004년까지 슈가로 활동하던 황정음은 공식 탈퇴를 선언한 후 연기로 방향을 틀었다. 2005년부터 여러 드라마에 출연하며 가능성을 타진하던 황정음은 2009년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을 만난 후 배우로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후 ‘내 마음이 들리니’, ‘골든 타임’ 등 히트작을 내며 ‘걸그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버렸다.

슈가 출신 배우 중에서는 황정음 외에 박수진이 눈에 띈다. 황정음이 탈퇴한 후 2년간 슈가로 더 활동하던 박수진은 연기 활동뿐만 아니라 케이블 채널 올’리브 ‘테이스트 로드’의 MC로도 활약하며 걸그룹 시절보다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

tvN 주말사극 ‘삼총사’에서 여주인공 강빈 역을 맡고 있는 서현진의 시작도 걸그룹이었다. 그는 2001년 ‘아이돌 사관학교’라 불리는 SM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걸그룹 밀크의 멤버로 데뷔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미국 출신 멤버가 무단 탈퇴 후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후속 활동이 어려워졌고, 당초 2집 타이틀곡으로 쓰려 했던 ‘다시 만난 세계’는 소녀시대의 데뷔곡으로 넘겨주고 말았다.

하지만 서현진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가수에서 배우로 전업을 선언했고 뮤지컬을 발판 삼아 연기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여러 작품의 조연을 거친 서현진은 2011년 드라마 ‘짝패’를 통해 주연급 배우로 도약한 이후 ‘신들의 만찬’과 ‘불의 여신 정이’를 거쳐 ‘삼총사’의 주연 배우로 낙점됐다. ‘오자룡이 간다’에서는 오연서와 함께 자매로 출연하기도 했다.

서현진은 “첫 뮤지컬 ‘사운드 오브 더 뮤직’을 준비하며 많이 힘들었고, 많이 울었다. 그렇지만 그 뮤지컬이 연기자의 길을 걷는데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세 사람 외에도 걸그룹 출신 여배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라이벌로 불렸던 SES와 핑클 출신인 유진과 성유리가 배우로서 탄탄한 입지를 굳혔고, 샤크라 출신 정려원, 베이비복스 출신 심은진 등이 활발히 활동 중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연서, 서현진, 황정음 등이 걸그룹 출신인지 모를 정도로 가수 활동이 활발하지 않았다는 점이 그들이 배우로 자리잡는데 오히려 도움이 됐을 수도 있다”며 “가수와 연기를 병행하는 걸그룹 멤버들과 달리 이들은 연기에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에 이런 절실함이 연기력으로 표출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연기를 시작하기 위한 방법으로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전문 배우가 아니다보니 작품에 따라 연기력의 편차를 보이는 경우가 생기는 만큼 자신에게 잘 맞는 작품과 배역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