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北의 和戰양면술이 노리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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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성 / 세종연구소장

김일성에서부터 손자 김정은까지 3대가 세습해오면서 조금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북의 대남 전술 중 하나가 이른바 화전(和戰) 양면전술이다. 꽃을 흔드는가 하면 이어서 찌르는 칼이 나오고, 칼로 찌르고는 태연하게 꽃을 흔드는 게 북한이다. 6·25사변 직전에도 북한은 계속 대화라는 꽃을 흔들면서 잔혹한 칼을 휘두르며 남침을 자행했다.

이달 들어 북한의 화전 양면전술은 그 화려함이 극에 이르고 있다. 지난 4일 북한의 이른바 실세 3인이 한꺼번에 꽃을 들고 아시아인들 평화의 제전에 기습 등장하더니, 그로부터 사흘 뒤인 지난 7일 연평도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오면서 우리 해군과 총격전이라는 칼을 휘둘렀다. 또한 같은 날 7일 ‘긴급 단독 접촉을 갖자’는 제의를 하면서 꽃을 흔들었다. 그로부터 또 사흘 뒤인 10일에는 대북 전단 풍선을 향해 고사총 총격까지 자행했다.

그로부터 닷새 뒤에는 갑자기 판문점에서 남북장성급 군사 접촉을 제의하고 실제 회담까지 하는 꽃을 흔든 후 그 다음날은 장성급회담을 맹 비방하는 칼을 휘둘렀다. 그리고 3∼4일 뒤인 18∼19일에는 철원과 파주에서 북한군 10여 명이 비무장지대를 계속 접근, 우리 측 사격을 유도하면서 총격전을 벌였다. 계속 북한의 화전 양면전술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이 이러한 화전 양면전술을 구사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우선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원칙 고수를 붕괴시키고 박정부를 길들이기 위함이다. 3명의 실세가 한꺼번에 기습 방한한 큰 이유 중 하나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및 금강산 관광객 사살 등에 대한 사죄를 받을 한국 측 신념이 어느 정도이며, 북한이 다시 무력도발하는 경우 도발의 원점, 지원·지휘 세력에 대해 정말 강하게 보복할 신념과 실천력을 갖고 있는 정부인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그 점검 결과 북한은 박정부를 무서움과 두려움으로 대하기보다는 꽃과 칼을 자유자재로 흔들면서 농락하더라도 별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 그리고 화전 양면의 전술을 구사하면서 박정부가 천명하고 있는 대북정책 원칙 고수를 무너뜨리기 위해 위험한 장난을 해도 큰 탈이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 그 외에도 화전 양면전술은 긴장을 조성하면서 북한 내부 체제 안정, 남남갈등 유도, 고위급회담에 주도권 잡기, 다음에 진짜 더 큰 군사적 도발을 위한 혼란 전술 등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화전 양면전술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책은 한마디로 그동안 박정부가 천명한 대북정책의 원칙들을 철저하게 실천하는 길밖에 없다. 그동안 박정부의 대북정책이 많은 국민과 국제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선명한 대북정책 원칙을 천명하면서 역대 정부들에 비해 흔들림 없는 원칙들을 실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명한 원칙들이 고수되지 않을 때 박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홀연 사라질 수 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이 재연될 경우를 대비, 수많은 대응 지침도 만들어 놓았고, 수많은 발표도 했다. “다시 북한이 도발을 하는 경우 군은 우선 현장에서 도발의 원점과 지원 세력 및 지휘 세력을 바로 보복하고 추후에 보고하라”는 내용을 국민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대응 지침들이 철저히 지켜지는 한 북한은 함부로 칼을 휘두를 수가 없게 된다.

북한이 흔드는 꽃의 의미를 잘 알고 대화를 하든 협상을 하든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 과거 북한이 저지른 악행들에 대한 분명한 사과, 향후 재발 방지에 대한 분명한 약속,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실천 의지 확인 없이 흔드는 꽃만 보고 함부로 춤추는 정부가 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