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防産부패’에 무너지는 安保>방산업체, 軍실무자 대신 무기제안서 써주며 비용 ‘뻥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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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출신으로 방산업체에 몸담고 있는 군피아(군+마피아)들은 육·해·공 각 군의 무기 소요 요청 단계에서 방위사업청의 사업추진기본전략서 작성 단계를 지나 시험평가 단계에 이르기까지 무기 획득 전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관피아(관료+마피아) 중에서도 군피아가 유독 가공할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현역 때부터 철저하게 다져 놓은 방산업체와의 유착, 선후배 간 취업과 승진을 돕는 끈끈한 유대감, 기밀정보를 거리낌없이 주고받는 조직력과 정보력 등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방산업체로 간 군피아, 군의 무기 획득 문서 대리 작성까지= 방산업체에 오래 근무해온 전직 로비스트 A(55) 씨는 “방산업체는 무기체계 소요 제기 과정에서부터 관여해 실무자들이 해야 할 무기체계 개발제안서나 사업추진기본전략서 작성을 위한 핵심 정보를 제공하거나 아예 대리 작성까지 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방사청 통합사업관리팀(IPT)과 각 군 전력기획실, 교육사령부 소속의 전력정책 및 무기체계 획득 소요 실무자들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이 방산 부패 로비의 첫 단계다. A 씨는 “전력·획득 실무자들의 해외 무기 관련 정보력이 떨어지는 데다 무기체계 전문성이 결여돼 방산업체나 예비역 선배들에게 의존하기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무기체계 연구·개발, 연구 등 방위력 개선 사업은 육·해·공군에서 최초로 무기 소요를 요청하면 합동참모본부에서 소요를 결정, 국방부(과거엔 방사청)가 국방중기계획을 수립하고 방사청에서 예산을 편성하는 구조다. 사업이 결정되면 방사청 IPT가 사업추진기본전략서를 작성하게 되는데, 무기체계 기술 전문성이 부족한 팀원의 경우, 방산업체에서 가져다주는 해외 무기체계 자료를 베끼거나 방산업체 직원이 아예 기본전략서를 작성해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방산업체 대리 작성 과정에서 입맛대로 엉터리 목표를 산정하고, 뻥튀기 사업비가 편성되는 게 방산 부패의 출발점인 것이다.

각 군 교육사령부는 무기 소요 결정 과정에 큰 영향력을 가져 군피아들의 로비 타깃이 되기도 한다. 각 군 전력기획실이 있긴 하지만 교육사령부가 야전에서 교육 결과를 종합, 무기체계 소요를 제기하면 각 군 전력기획 참모본부로 넘어간다. 합참도 소요 결정 권한이 있긴 하지만 실제 서류 작성은 육·해·공군이 담당하고 합참은 서류를 취합하는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무기체계 전반에 대한 전문성 부족 탓이다. 군피아들이 서울에 있는 국방부 대신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에 진을 치는 이유다.

◆저가 입찰→원가 부풀리기→시험성적서 조작→국산품 조작의 악순환= 기본전략서와 개발제안서 작성에 깊숙이 관여한 업체는 입찰경쟁에서 작전요구성능(ROC) 기술 수준을 훤히 꿰뚫고 업체 선정에 결정적인 입찰 최저가 가격 정보를 제공받는다. 군 전문가들은 “군피아와 방산업체는 한통속이 되고 경쟁입찰은 나눠먹기식이 된다”며 “실무자들은 퇴역 후 취업 자리를 보장받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저가 입찰은 특히 업체의 원가 부풀리기 비리, 부실부품 장비 납품 등 방산 부패 악순환의 촉발제가 된다. 국산 개발 사업일 경우 국산화 비율을 맞추기 위해 국산품 조작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전직 방산업계 관계자 B(60) 씨는 “국내 조립 공장을 세워 놓고 외국 수입 부품이나 장비의 일련번호를 지워 자사의 일련번호를 그려 넣으면 국산품으로 간주된다”며 “업체가 굳이 비싼 돈이 들어가는 국산 개발에 매달릴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방산 선진국의 경우 신무기체계 야전 운용 시험평가는 1∼2년씩 오랜 시간을 두고 치밀하게 진행되는 데 비해 우리는 번갯불에 콩 구워먹기식으로 대충대충 넘어가는 것이 다반사다. 전문가들은 “국방기술품질원이 정해 놓은 시험성적서 기준과 원칙은 업체 로비에 의해 쓰레기통에 처박히기 일쑤”라면서 “ROC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실무자들을 움직여 ROC를 수정하고 규격을 바꾸는 일이 아무런 제재 없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군피아 방산비리 보도’ 관련 반론보도

본지의 2014년 10월 21일자 ‘방산업체, 軍실무자 대신 무기제안서 써주며 비용 뻥튀기’ 제하의 보도에 대해,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무기획득 사업추진 기본전략을 작성함에 있어 전문연구기관의 선행연구를 통해 방위사업청 담당 사업팀에서 직접 작성하고 있다” “무기체계 소요는 합참이 각 군에서 요청한 소요에 대해 ‘통합개념팀’을 구성해서 분석기관의 과학적 분석 결과를 반영하는 등 소요 결정 업무 전반을 주도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신무기체계 야전운용 시험평가는 혹한기, 혹서기를 포함한 계절별로 실시하고 있다” “군의 작전요구성능(ROC) 수정과 국방규격 개정은 군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합동전략회의 등의 회의체 심의를 통해서만 변경이 가능하다”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