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골프 이야기>낮 연습장 → 밤 스크린 → 다음날 아침엔 필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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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본비화장품 대표

김유정(45) ㈜본비화장품 대표는 자신을 ‘엉뚱녀’라고 소개했다.

그는 전업주부일 때부터 소일거리로 시작한 골프 덕에 지금은 화장품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그는 올해로 화장품을 만든 지 16년이 된 중견 사업가다. 그는 외환위기 때인 1999년 ‘내 일’을 갖고 싶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남편의 전폭적인 지원도 큰 힘이 됐다. 우선 피부마사지 체인점을 시작했다.

그러나 고가의 화장품들이 각종 화학물질로 만든 배합 제품이란 사실에 놀랐다. 그는 화학기호는 잘 몰랐어도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덕에 천연재료를 사용한 발효에 관한 지식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는 저돌적인 성격이다. 골프채를 사자마자 연습장을 끊고 연습에 몰두했다. 처음엔 골프책도 보고, 프로들의 스윙도 따라 했다. 골프장에 가는 날이면 연습장에 들러 한번 휘둘러 본 다음 필드로 나갔다. 골프장에서 신통치 않게 친 날은 어김없이 연습장을 다시 찾았을 정도로 열성이었다. 지고는 못 사는 성격 탓도 있었다. 지금은 사업을 하다 보니 요즘 얘기로 ‘멀티’가 안 돼 골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골프에 한창 불이 붙었을 시절엔 연습장에 갔다가도 밤에 스크린 골프를 쳤고, 다음 날 필드를 나간 적도 많았다. 필드에서는 평균 90대, 가뭄에 콩 나듯 80대 스코어를 내지만 스크린골프에서는 언더파까지 쳐 봤다고 자랑한다. 그는 스크린골프는 방향보다는 기계 다루는 경험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골프가 정말 재미있다고 느낄 때, 그의 사업은 중국으로 진출했다. 중국에서는 비즈니스라 해도 이미지 관리 탓에 골프가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골프를 마음껏 치지 못하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나가는 게 전부였다. 그래도 중국에서 골프를 치면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친구들과 골프를 치고 돌아오면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비싸지만 효험이 있다는 제품을 써 봐도 트러블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천연재료 식물성 허브와 한약재를 발효한 원액을 배양해 화장품으로 써보았다. 자신도 피부가 좋아졌고, 마사지를 받으러 온 고객들도 만족해했다.

그러나 원료를 발효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고 제조 원가도 비쌌다. 비싼 탓에 판로가 막막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중국에서 상류층만 쓸 수 있을 정도의 고가로만 판매했다. 그가 만든 천연화장품은 한 세트가 웬만한 중국 샐러리맨 월급보다 비쌌지만 불티나게 팔렸다. 10년 만에 중국에서 연간 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상류 1%만을 위한 한정판매가 먹혀들었고, ‘화학물질이 들어가지 않는 기초화장품’이라는 콘셉트가 중국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것이다.

사실 그는 20년 이상 운전을 했지만 ‘운전 공포’가 있다. 지금도 방향감각이 떨어지는 ‘길치’다. 이로 인해 골프장에 가려면 남들의 1시간 거리라도 그는 3시간 전에 출발한다. 핸들만 잡으면 ‘사고뭉치’로 변할 만큼 그는 크고 작은 접촉 사고를 많이 경험했다. 행여 실수 없이 골프장에 도착하면 2시간 이상 일찍 도착하는 경우도 흔했다. 방향감각과 거리감이 모자라다 보니 골프에서도 샷에 비해 스코어가 잘 나지 않는 편이다. 샷을 할 때 분명히 똑바로 보고 쳤는데 공은 엉뚱한 데로 날아가기 일쑤였다. 어프로치할 때 홀을 보면서 쳤지만 공은 늘 홀과는 멀어지기 일쑤였다. 처음에 똑바로 보면서 친 공이 홀로 안 들어가니까 자꾸 오조준을 해왔는데, 자신도 모르게 습관처럼 굳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선천적으로 하체의 힘이 좋아 스윙폼이 시원시원하다. 드라이브 샷을 190야드 보내고 아이언 샷도 정확하지만 마무리엔 늘 약했다. 이런 약점 탓에 지인들은 그가 친 공이 홀에 가까워도 웬만하면 기브를 주지 않는다. 그는 “조금 힘을 빼면 잘 나가지만 잘 치려고 하면 문제가 생기는 게 골프”라고 말한다.

그는 사업도 어렵지만 골프는 정말 마음이나 의지대로 안 될 때가 더 많다고 느낀다. 사업은 자신의 판단을 믿고 밀어붙이면 어려움을 이겨 나갈 수 있지만, 골프는 분명 똑바로 한 것 같은데 방향이 틀어질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는 골프장에 가면 인기가 높다. 그는 “골프장에 전쟁하러 나온 것도 아닌데 즐겁게 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파3홀에만 서면 가장 쉽게 느껴져 항상 욕심이 생긴다는 그는 ‘홀인원’ 한번 해보는 게 꿈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국내에 본비화장품의 본격 마케팅을 시작했다. 야외노출이 많은 골퍼들을 위한 전용 화장품을 만들어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중국 동인당과 일본에서 오더가 늘고 있고, 화장품 효능이 알려지자 국내에서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의뢰가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김유정에게 골프란 = 자기와의 싸움이다. 골프는 나혼자 시작해서 나혼자 끝내고, 모든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 이게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