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防産부패’에 무너지는 安保>‘K시리즈’ 개발·배치과정 사고 빈발

신형 무기의 개발과 배치 과정에서 꾸준히 나오는 인명사고의 원인은 대부분 뒤늦게 결함이 발견돼서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인명 경시 풍조가 깔려 있었다는 게 군 안팎의 우려다.

연구자와 장병들이 매뉴얼에 맞게 장비를 운영해도 개발 단계에서 안전 매뉴얼을 정확히 만들지 않아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과거엔 외국 무기의 시험운용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인명 피해가 있었지만 최근 군이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K 시리즈 개발 및 배치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생기는 것이 새로운 추세다.

K 시리즈 적용 과정에서의 인명사고 사례는 지난 2009년 12월 전남 장성군 상무대 기계화학교에서 K-21 장갑차가 도하 중 침수한 사고다. K-21 장갑차는 물속에서도 이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됐고 실제 훈련에서도 이를 활용하는 일이 잦았다. 시험평가 단계에서는 수중 이동 중에 엔진 출력을 높이는 과정이 생략됐으나, 실제 기동에서는 그 기능을 사용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로 장갑차에 탑승했던 하사 1명이 사망했고, 결함이 발견됨에 따라 야전에 배치됐던 장갑차의 전력화가 6개월간 중단되기도 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실제 야전에서 사용하는 기능을 시험평가 때 반영해야 했지만 기존 매뉴얼의 기능만 답습하다보니 야전에 맞지 않은 장비를 만들게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화 과정에서 수 차례 폭발사고를 일으켜 문제가 된 경우도 있다. K-11은 2011년 10월 발생한 폭발 사고로 전력화가 지연됐다가 재개된 후 지난 3월 사격 시험 과정에서 재차 폭발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폭발은 총기 내에서 20㎜ 공중폭발탄이 터지면서 일어났고 장병 3명이 부상을 당했다. 당시 사고가 군 당국을 긴장시킨 이유는 탄약이 총기 내에서 터졌기 때문이다. 통상 총기 시험평가 중 목표율이 떨어지는 경우는 있지만, 총기 내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아군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게 된다. 3월에 발생한 사고에서도 사격 중이던 병사와 조교(부사관), 통제관(대대장)이 파편에 맞는 부상을 당했다.

군에 납품된 후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군 통신장비 배터리로 사용되는 리튬형 배터리는 1992년 도입된 후 매년 10건 이상의 폭발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김광진(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육군본부로부터 받은 ‘리튬형 배터리 최근 5년간 폭발 및 이상 현상 발생건수’에 따르면, 매년 10건 이상의 배터리 폭발사고가 발생했고, 올해 9월까지 22건의 사고가 일어나 장병들이 찰과상 등의 부상을 입었다. 군의 리튬형 배터리 공급은 2013년까지 한 개 업체에서 독점적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