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졌다고 감독만 바꾸는 ‘한국式 프런트 야구’

올해 정규 리그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들 사이에서 감독 교체 ‘칼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단장 등 프런트 고위 인사가 교체된 구단은 없다. 한국식 ‘프런트 야구’는 주도권을 프런트가 갖되 실패할 경우 책임은 감독이 대신 떠안는 비정상적인 구조로 굳어져가고 있다.

KIA는 선동열 감독과 재계약했지만, SK는 이만수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고 김용희(59) 육성총괄을 새 감독에 앉혔다. 두산은 계약기간이 2년이나 남아있는 송일수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두산 선수 출신 김태형(47) SK 배터리코치를 데려왔다. 롯데와 한화 사령탑도 교체가 예고돼 있다.

9개 구단 가운데 4개 팀 감독이 바뀐다는 점만 놓고 보면, 프로야구 판에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부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실패한 프런트 야구가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SK와 두산은 모두 감독 선택 배경과 관련해 팀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뒤집어 말하면 외부 인사를 영입해 전권을 주고 팀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충격 요법’을 쓰기보다 구단과 잘 통하는 인물이 선택됐다는 얘기다.

물론 감독 교체의 근거가 없던 것은 아니다. SK는 2000년대의 명문 구단으로 군림한 팀이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감독 교체 요구가 높았다. 두산은 지난해 준우승팀에서 올해 6위로 추락했고, 투지로 상징되던 두산 야구와 송 감독의 일본식 야구가 맞지 않는다는 팬들의 불만이 컸다. 하지만 두산의 몰락에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패한 뒤 감독과 베테랑 선수들까지 대거 내보내는 리빌딩을 했던 프런트 책임도 있다. 최근 4년 간 5번째 감독(감독대행 포함)을 맞이할 정도라면, 감독을 고르는 프런트의 안목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SK 프런트는 항명 파동 끝에 퇴출된 루크 스캇, 부상 정도를 놓고 코칭스태프와 갈등을 빚은 트래비스 밴와트 등 ‘실패작 용병’을 뽑은 책임이 있다. 그러나 구단 프런트는 책임론의 태풍을 비켜갔다.

이 같은 한국식 프런트 야구는 권한만큼 큰 책임도 지우는 메이저리그와 다르다.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로 꼽히다 디비전시리즈조차 통과하지 못한 LA 다저스는 탬파베이 레이스 단장 출신 앤드루 프리드먼을 구단 운영부문 사장으로 영입하면서 네드 콜레티 단장을 일선에서 후퇴시키고 돈 매팅리 감독은 유임시켰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