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착 감기는 ‘에볼라 노래’ 라이베리아 구할 비장의 무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라이베리아의 화가들이 지난 9월 23일 몬로비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방역 교육용 벽화를 그리고 있다. 라이베리아는 취약한 보건시스템과 의료인력 부족으로 서아프리카 국가 중에서 에볼라 희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나라다. AP연합뉴스

에볼라 바이러스로 국가적 재난사태를 맞고 있는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음악 치료제’가 등장했다. 21일 CNN,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라이베리아와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가 공동으로 제작한 ‘에볼라는 현실(Ebola is Real)’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라이베리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중이다. 이전에도 ‘타운의 에볼라’ ‘위기의 국가’ 등 에볼라를 소재로 한 노래들이 등장했었지만, 국가와 국제기구에서 제작한 것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에볼라는 현실’은 에볼라 바이러스로 2400명이 넘는 인구가 사망한 라이베리아가 유니세프와 합작해 제작한 노래로, 에볼라에 대한 감염경로, 증상, 예방 방법 등의 정보를 담고 있다. 노래 가사는 유니세프와 라이베리아 보건 당국이 작성했고, 곡은 현지의 유명 뮤지션이 만들었다.

라이베리아에서 인기를 끄는 음악 장르 중 하나인 ‘힙코(Hipco)’ 스타일로 제작된 이 곡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랩 파트와 감미로운 리듬앤드블루스(R&B) 후렴 파트로 이뤄져 있다. 후렴 파트는 “에볼라는 현실이야.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때. 에볼라는 현실이야. 당신의 가족을 지켜야 해. 에볼라는 현실이야. 당신의 마을을 지켜야 해”라는 가사로 이뤄져 있으며, 노래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 일종의 ‘훅 송(hook song)’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가사가 담고 있는 정보는 보건 당국이 고심한 만큼 에볼라 확산 차단을 위한 간결하고도 확실한 지침들이 들어가 있다. 가사에는 에볼라가 치료가 잘 안 되는 데도 매우 빠르게 퍼지는 질병이며 혈액, 침, 땀 등 감염자의 체액을 직접 접촉할 때 걸릴 수 있고,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는 등 에볼라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여전히 민간신앙 등에 의존해 바이러스를 치료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잘못된 의학 지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바이러스 확산 차단을 위해 “손을 항상 씻도록 해” “우리 조상들은 말이야. 누군가 죽었을 때 절대 맨손으로 시신을 만지지 않았어.(에볼라로 인한 시신이 있다면) 너는 만지지 말고 근처에 있는 보건 요원을 불러. 보호복과 장갑을 낀 그가 너를 도와줄 거야” 등과 같은 정보를 가사로 만들기도 했다.

크리스토페 브리에라크 유니세프 대변인은 21일 CNN 인터뷰에서 “음악은 라이베리아 및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인생의 필수요소’로 불린다”며 “우리는 이 노래를 매개체로 이 안에 담겨 있는 정보들이 라이베리아 전체에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보건 당국의 노래는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CNN에 따르면 라이베리아 거리 곳곳에서 이 노래가 나오는 것은 물론, 휴대전화 벨소리로 ‘에볼라는 현실’을 설정해 놓은 사람들도 많다.

수전 크렌 존스홉킨스센터 커뮤니케이션프로그램 소장은 ‘에볼라는 현실’을 호평하며 “오락거리를 매개체로 한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락 제작물의 질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사람들이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기기 위해 듣고 싶어해야 정보 전달 효과가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