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개혁안’ 내자마자 반발… ‘특권 놓기’ 이번엔 가능할까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가 사실상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기본으로 한 세비 삭감안을 마련키로 하면서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에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밀어붙일 태세이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포퓰리즘적 아이디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회의원들의 업무영역이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 회의 참석 외에도 의견수렴 및 민원해결 등 광범위하기 때문에 회의 참석만을 기준으로 세비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할 경우 입법화 과정에서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23일 새누리당에 따르면 전날 열린 혁신위 회의에서 혁신위원들은 회의수당제 신설과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담긴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일부 위원은 “의원들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공적으로 해야 할 업무가 많은데 지나치게 과도한 게 아니냐”며 반발도 나왔다. 그러나 회의 결과는 일부 위원이 마련한 개정안 초안에 ‘여야가 정쟁으로 회의가 중단됐을 때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안’을 추가하는 등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보다 강화하는 쪽으로 모아졌다.

특히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의 의지가 매우 강해 혁신위 회의도 김 위원장의 방향대로 움직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 위원장은 최근 문화일보 기자와 만나 “국회의원들의 세비도 일반 직장인들의 급여와 비슷한 체계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회의수당제를 통해 무노동 무임금을 실현하겠다는 것은 출근하지 않는 직장인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식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을 준비 중인 서용교 의원도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드높은 상황에서 국회의원들만 예외가 될 수는 없다”면서 “현재 안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라기보다는 ‘무회비 무세비’ ‘불출석 무세비’ 등으로 불리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서 의원은 “국회 신뢰 회복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점을 의원들이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안에 대해 적지 않은 의원들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향후 의원총회 등 당내 여론 수렴과정에서 거친 설전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한 혁신위원은 “포퓰리즘이 무슨 보수 혁신인가”라며 “마치 고등학교 야구팀이 대회에 나가서 졌다고 해서 전교생 모두 매 맞는 꼴”이라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새누리당 혁신위의 움직임에 순순히 응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새정치연합도 객관적으로 세비를 산정하기 위해 외부 인사로 구성된 세비산정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정치혁신실천위원회는 내년도 세비 동결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제안하면서 세비 산정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의를 위해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하는 세비산정위원회를 국회에 설치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비대위도 이를 보고받고 추인을 했다. 하지만 세비 삭감이나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된 바 없어 당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국회 파행 대부분이 대통령이 여야 협상을 가로막고, 정부와 여당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책임지지 않아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노동 무임금을 혁신과제로 내놓는다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김만용·윤정아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