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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10월 24일(金)
선인들의 장수 조건, 섭생·운동…………………自足
고전속에서 ‘늙음 성찰’ 욕심 내려놓은 마음 중요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노년의 풍경 / 김미영 외 7명 지음 / 글항아리

옛사람들이 남기고 간 그림이나 글 속에서 당시의 문화나 사상, 그리고 그윽한 풍류를 읽어내는 책들은 여태 많이 나와있다. 이런 책들은 그림에 남겨진 붓질에서 옛 선비들의 사상을 들여다보고, 글의 행간에서 그윽한 향기를 읽어냈다. 그림과 글 속에서 당시의 보편적인 시대정신을 읽어내던 고전 연구가, 이제 연구자들이 구체적인 주제와 맥락을 세워 독해되는 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고전 속에서 주제에 맞는 기록과 글을 발췌해내고, 그림 속에서 주제를 찾아내는 ‘적극적인 읽기’를 통해 당대 삶의 모습과 선인들의 생각을 분야에 따라 한층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방식으로 씌어졌다. 8명의 각기 다른 전공자들이 포럼을 열고 정한 주제는 ‘늙음’이다. 현실로 도래한 100세의 시대, 누구나 ‘잘 늙어가는 것’을 고민하고 있는 세상에서 연구자들은 ‘늙음의 성찰에 대한 토대’로서 고전을 택했다. 늙음을 둘러싼 오랜 경험과 고민을 통해 지혜와 경험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과연 선인들은 늙어간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였으며, 그 생각이 일상에서는 어떻게 드러났을까. 이 책의 저자들은 먼지 덮인 기록과 고전 속에서, 빛 바랜 옛그림 속에서 그 단서를 찾아나선다.

책은 우선 ‘목숨 수(壽)’자를 화려하게 수놓은 오래된 자수 덮개와 십장생을 그려넣은 병풍과 백자, 대나무 필통 따위를 꺼내놓고 옛사람들의 장수에 대한 열망과 함께 실제 장수한 옛사람들의 비결, 그리고 늙어서까지 지조와 균형을 잃지 않은 이들의 삶을 차례로 들춰본다.

조선왕조의 27명 왕 중에서 가장 오래 산 임금은 83세까지 산 영조였다. 만인지상인 왕의 자리에 올라서도 영조는 늘 검소한 생활을 했다. 비단 보료에서는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명주로 만든 이불과 요를 썼고, 몸이 편하면 게을러진다는 이유로 방석도 쓰지 않았다. 밥상에도 밥과 김치, 약간의 장류만 올리는 정도였다. 적절한 활동과 잡곡과 채식, 그리고 소식 위주의 식생활이 건강장수의 큰 비결임은 의심할 나위 없다.

칠순의 나이까지 산 퇴계 이황도 기름진 음식 대신 속이 편한 거친 음식을 더 좋아했다. 하루 두 끼만 밥을 먹었고 찬을 3가지 이상 놓지 않는 걸 원칙으로 했다. 당시의 선비들 사이에는 부다식(不多食·배불리 먹지 않는다)과 소식채갱(素食菜羹·담박한 나물 반찬과 나물국을 먹는다)의 원칙이 있었다.

섭생과 운동 등이 장수 비결의 전부는 아니었다. ‘욕심을 내려놓은 마음’도 장수 비결 중의 하나였다. 옛사람들이 부와 권력은 복된 삶의 조건일 뿐, 존경의 조건은 아니었지만 장수를 ‘존경받는 삶’으로 받아들였던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늙는 일이 바른 삶의 표상으로 받아들여지고, 그런 삶을 살아온 이들이 존경받는 시대였던 셈이다.

전공 분야가 다양한 저자들의 각기 다른 시선과 관심으로 씌어진 책이니만큼 옛사람들의 노년을 해독하는 텍스트도 저마다 다르다. 나이들어 노인이 돼가면서도 ‘아직도 팔팔하다’고 주장했던 자신감 넘치는 이들의 이야기부터 오래 사는 삶을 스스로 민망하게 받아들여 자조의 글을 남긴 선비들의 삶을 대비한 글도 있고, 옛 산수화 속에 등장하는 노인들의 모습이나 초상화 등을 들여다보면서 당시 사회의 노인에 대한 대우와 노년이 되어서도 기품을 잃지 않았던 풍모에 대해 분석한 글도 있다.

하지만 나이듦이란 그때나 지금이나 당사자에게는 좌절이었을 것이다. 하루하루 눈이 흐려지고, 몸은 병들고, 사리 분간이 어두워짐을 받아들여야 하는 지친 노년의 풍경은 어두웠으리라. 하지만 장자의 말대로 ‘삶이 변해 죽음이 되는’ 것. 자연의 순환을 누가 막을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과거에는 도(道)로 복귀된 통합과 초월의 삶, 소박하면서도 유약하며 자애와 검약이 있고, 안빈낙도로 자족하는 늙어감을 바라보는 ‘전통적인 덕목’이 있었다. 책에 등장하는 옛사람들 중에서는 늙어감을 한탄하는 이들도 있고, 천지의 이치에 순응하며 기꺼이 노년을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유교에서 말하는 가장 훌륭한 죽음인 고종명(考終命·하늘이 부여한 천명을 다 살고 죽음을 맞이함)에 이르는 길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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