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yle 4060 >“자유를 입다”… 60代 ‘진’한 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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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는 젊음 그 자체다.”

우리나라 최초의 청바지 모델인 이재연(68) 모델라인 회장은 “세월이 흘러도 청바지는 형태를 달리해가며 각 시대의 젊음을 상징하고 젊은이들을 대변해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류가 생긴 이래 전 세계적으로 이만큼 사랑받는 패션은 없었다”며 “인류와 젊음이 살아있는 한 청바지의 역사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밑단을 접은 청바지와 캐주얼한 셔츠, 줄무늬 정장 재킷에 초록색 머플러로 멋을 낸 그는 일흔에 가까운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여전한 ‘젊음’을 과시하고 있었다.

이 회장은 청바지가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가장 편한 옷이고, 상황에 맞게 스타일링을 하면 어디에나 잘 어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이 빠진 정도에 따라 청바지 느낌이 달라지고 같은 청바지라도 기장을 그대로 두느냐, 어느 정도 접느냐에 따라 수많은 변화가 가능하다”며 “청바지는 정장 와이셔츠, 헐렁한 티셔츠, 구두, 슬리퍼 무엇과도 잘 조화를 이룬다”고 했다.

이 회장과 청바지의 인연은 1960년대 고등학교 입학과 함께 시작됐다. 청바지가 귀했던 그 시절, 그가 살던 강원도 원주에는 청바지를 구할 데가 없어 서울까지 올라왔다. “미군이 작업복으로 입고 오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 청바지가 들어왔습니다. 당시 구호물자로 섞여오기도 했지만, 지방까지 오지는 못했죠. 그런데 영화 ‘맨발의 청춘’에서 신성일이 청바지를 입고 나왔는데 그게 그렇게 멋있어 보였어요. 무작정 서울로 와 남대문 구호물자시장에서 청바지를 얻어냈죠.”

이후 1970년 해병대에서 군 복무 후 다방에서 일하던 그는 사진학과에 다니던 친구가 찍어준 사진이 신세계백화점 화랑에서 열린 전시회에 출품돼 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모델의 길로 들어섰다. 70년 중반 한국에 상륙한 첫 해외 청바지 브랜드 ‘맥그리거’는 184㎝의 큰 키에 유난히 긴 다리를 가진 그를 전속모델로 낙점했다. 맥그리거에 이어 만들어진 국산 첫 청바지 브랜드 ‘위켄드’의 모델도 역시 그였다. 그는 당시 청바지에 대해 “바지통도 크고, 자르기 아까워서 돌돌 말아 올리는 식으로 접었던 게 첫 스타일이라면 스타일”이라며 “이후 ‘영자의 전성시대’ 같은 청춘영화와 통기타 음악으로 나팔바지 붐이 한참 일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청바지를 입는다. 집에는 30여 벌 정도의 청바지가 있다고 한다. “다양한 스타일의 청바지를 입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바지 통이 좁고 기장이 짧은 스타일에 아래 밑단을 살짝 접어 입는 것이 유행이라 저도 그렇게 즐겨 입습니다.” 선호하는 브랜드에 대해 묻자 그는 “브랜드는 상관하지 않다”며 “자신한테 어울리는 바지를 찾아서 입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청바지 코디에 대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옷만 입지 말고, 만나는 사람과 가는 장소에 따라 그날그날의 테마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색을 골라 가방, 상의, 신발, 머플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하되 편안한 자리는 캐주얼한 점퍼, 격식 있는 자리는 정장재킷을 입으라는 것이었다. 그는 “상황에 맞게 입을 줄 아는 것이 정말 옷을 잘 입는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이어 중장년들에게 청바지를 입을 것을 권했다. 바지 하나 바꾼 것만으로도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누구나 서랍을 열어보면 안 입는 청바지 2∼3개쯤은 있습니다. 그걸 다시 입고 거리로 나와 보세요. 옷들은 저마다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옷을 입고 만났던 사람들, 했던 일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리며 스스로 젊어질 거예요. 왜 예전에는 청바지에 그렇게 열광했던 사람들이 이제 나이가 들었다고 입지 않는 겁니까. 과거에 입던 청바지가 구식이라 입기 그렇다고요? 세탁소 가면 5000원이면 줄여줍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