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LG의 대담한 R&D 투자, 미래 성장방식 제시한다

LG그룹이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총 4조 원을 투입하는 국내 최대의 융·복합 연구단지 LG사이언스파크를 짓기로 하고 23일 기공식을 가졌다. 축구장 24개 크기 부지에 10개 계열사 연구소 18개 동이 2020년 들어서면 2만5000명의 연구 두뇌가 한자리에 집결하게 된다. 세계적으로도 단일 그룹이 이런 방대한 규모의 연구·개발(R&D)단지를 세우는 건 유례를 찾기 어렵다. R&D 투자를 중시해온 LG의 대담한 승부수다.

한국경제를 떠받쳐온 제조업은 요즘 눈에 띄게 기력이 떨어졌다. 지난해 제조업 매출이 0%대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삼성전자·현대자동차마저 올 3분기 실적이 내리막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날 “신흥국의 추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전의 성공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서 기술, 산업 간의 융·복합을 강조했다. 사이언스파크에서는 전자·화학·통신·에너지·바이오 등 각 부문의 두뇌들이 모여 과거에 없던 길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영역의 계열사를 가진 한국 대기업 조직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형태이기도 하다.

LG사이언스파크는 그 자체 연간 9만 명의 고용 창출과 24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단비 같은 투자다. 삼성전자가 최근 경기 평택에 15조 원대의 반도체 투자를 발표한 데 이어 부진했던 국내 투자에 활력을 불어넣는 결정이다. 상생의 성장 모델로도 주목된다. 마곡단지는 LG 외에도 대우조선해양·롯데·코오롱·이랜드 등 대기업과 25개 중소기업 첨단 R&D센터의 입주가 예정된 곳이다. 대기업·벤처·학계·지역사회 등이 연계해 통합 시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짓는 우면R&D센터, 현대차 양재동사옥의 글로벌연구개발센터, 기존의 LG전자 우면·서초 R&D센터 등이 포진하는 양재·우면지구와 함께 서울의 R&D 거점이 될 것이다. 혁신 에너지로 가득한 이들 R&D밸리를 통해 한국경제의 미래 성장공식을 다시 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