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선 후보”… ‘김칫국부터 마시는’ 親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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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체제 이후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던 당내 친박(친박근혜)계가 최근 들어 반기문(사진) 유엔 사무총장을 자주 입에 올리고 있다. 29일에는 반 총장의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놓고 세미나까지 개최했다. 청와대의 역공으로 실패로 끝났지만 ‘개헌론’과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과 생각을 달리하며 자기 정치를 시도했던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반기문 띄우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박 주류 의원들의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2017년 차기 대선 지지도 판세’라는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 부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출마 가능성 등 여러 변수를 중심으로’였다.

세미나 강연을 맡은 정치평론가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반 총장이 대구·경북 지역 및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지지도가 높다”면서 “만약 반 총장이 출마한다면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는 김태환·서청원·안홍준·유기준·윤상현·이완구·이정현·정우택·홍문종 의원 등 이른바 친박 주류 의원들이 대거 회원으로 소속돼 있으며, 이날 세미나에는 포럼 대표인 유기준 의원을 비롯해 서청원 의원 등 다수 친박 의원들이 참석했다.

대통령 임기가 3년 반이나 남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세력인 친박계가 ‘괘씸죄’로 비쳐질 수 있는 ‘차기’를 언급하는 것은 차기 대선 주자를 찾기보다 김 대표 체제 이후 청와대와 거리두기에 나선 당을 추스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치에 뜻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반 총장을 거론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친박계 한 핵심 의원은 “아직 박 대통령의 임기가 3년 반이나 남은 상황에서 차기를 언급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 거론되는 차기 대선 주자들이 김무성·김문수·정몽준 등 모두 반박(반박근혜)계 비주류 인사들이란 점에서 친박계는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대안’이 필요하는 지적이 나온다. 차기 대선 주자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는 비박계에 맞서기 위한 친박계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친박계 인사는 “현직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 정치를 언급하는 것은 그의 말대로 ‘정치반 외교반’이지만 반 총장의 대중적 지지율이 높은 만큼 차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힘들다”며 “퇴임 이후엔 반 총장도 애국의 길을 생각할테고 자연스럽게 한국 정치와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