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골프 이야기>골프 한창 물오를때 덜컥 디스크… 7∼8년 손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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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징균 대구 세강병원장

“해마다 불어나는 타수, 그러나 이젠 그것도 초월하게 되네요.”

김징균(68) 대구 세강병원장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늘 두 가지를 먼저 설명하고 본론에 들어가는 버릇이 있다. 이름과 건강에 관해서다.

자신의 독특한 이름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게 우선이다. 사람들이 대부분 ‘김정균’으로 잘못 알아듣고 찾아오기 때문이다. 명함을 내밀면 비로소 가운데자가 ‘징(澄)’임을 알고 사람들이 호기심을 드러낸다. 이름에서 보기 드문 ‘맑을 징’자다. 게다가 돌림자로 쓴다. 부원장으로 있는 김징현 씨가 동생이다.

그 다음은 대구에서 수십년간 종합병원을 운영해온 병원장답게 자연스레 건강으로 토픽을 이어간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답해주기도 하지만 평소 유산소 운동의 중요성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강조한다. 일단 건강을 잃어버리면 제 아무리 명의 화타가 오더라도 회복하기 힘든 법. 그는 매일 오전 4시에 기상해서 아침운동을 하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골프란 운동도 바로 이런 건강 챙기기에서 시작됐다. 병원을 개업한 후 밤낮으로 계속되는 교대근무에 지쳐있던 때였다. 어느 날 동생이 “나하고 어디 좀 가자”며 김 원장의 팔을 끌어당겼다. 경북 경산에 있는 대구골프장이었다. 골프는 당시만 해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김 원장 역시 골프는 귀족 스포츠라는 선입견이 강했다. 그런데 동생이 건강을 챙기라며 이미 한 달 이용권을 끊어놓은 상태였다.

“어쩌겠나? 별로 탐탁지 않았지만 돈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했다. 그랬더니 생각보다 내가 골프에 재주가 있더라.”

김 원장은 금세 소문난 장타자가 됐다.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240m에 달했다. ‘파온’ 플레이에 강했다. 타수는 80대 초반을 유지했다. 레슨프로에게 정식으로 배운 건 아니지만 닥치는 대로 습득하다 보니 임기응변에 능한 플레이어가 됐다. 골프 타수 줄이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러나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큰병을 얻었다. 허리 협착에 의한 디스크였다. 골프채는커녕 걷는 것도 힘들었다. 결국 수술을 하고 7∼8년 골프를 접은 채 재활을 했다.

“도저히 운동할 처지가 못 됐다. 골프를 그만두고 담배도 끊었다. 그러니까 체중이 10㎏ 넘게 불었다. 그때부터 걷기 시작했다. 집과 병원 인근에 있는 산에 다녔다. 내 자신이 의사였지만 유산소 운동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은 게 그때였던 것 같다.”

디스크에서 회복하고 다시 골프를 시작한 건 약 15년 전이다. 골프를 통해 얻는 심신의 ‘힐링’을 포기할 수 없었다.

“처음보다 실력은 많이 줄었다. 지금은 비거리가 약 190m에 평균 타수는 90대다. 하지만 조급한 게 하나도 없다. 예전엔 홀인원의 행운을 노렸지만 이젠 스코어에도 연연해하지 않는다. 골프 치는 목적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경북 칠곡에 있는 파미힐스골프장에 다니는데 두 가지가 가장 좋다. 첫째는 녹색 잔디밭을 걷는 것, 둘째는 고교 및 대학 동문들과의 격의 없는 대화다.

“잔디가 드넓게 펼쳐진 필드를 걸으면 자연의 품에 안기는 기분이다. 스태미나에 도움이 되고 잡념이 싹 날아간다. 그리고 어릴 적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즐겁고 편안하다. 여기에서 스코어는 큰 의미가 없다. 이게 바로 매주 한 번씩 필드를 찾는 이유다.”

그러나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6년 전 한 골프장에서 지인을 잃었다. 끔찍한 응급 사고였다. 앞 조에서 플레이하던 한 친구가 경기 도중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마침 그 조에 흉부외과 전문의가 있던 터라 바로 심폐소생술을 하고 앰뷸런스를 불렀다. 하지만 친구는 결국 사망했다.

“의사 친구들이 곁에 있어서 곧바로 응급 치료를 했는데도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물며 일반인들이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얼마나 당황하고 위험하겠나. 골프장 안전사고에 조심해야 한다. 심장제세동기나 구급 장비가 어디 있는지 살펴둘 필요가 있다. 골퍼들에겐 불문율 같은 에티켓이 있는데 이것도 알고 보면 안전사고와 직결되는 문제다. 골프는 안전하게 즐겨야 한다.”

올해로 병원 개원 30주년을 맞은 김 원장은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소망이 하나 있다. 세강병원을 공익법인화하는 것이다.

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연구 중심의 시스템을 도입하면 그 효과가 환자들에게 돌아간다고 믿고 있다. 병원이 병원 본래의 의무를 다하도록 만드는 게 사회환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미 부원장인 동생, 의사로서 이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세 아들과 이에 대한 협의를 마쳤다. 모두 찬성했다. 사회환원이라는 생각은 아마도 골프를 하면서 배웠는지도 모른다. 골프가 욕심을 버려야 하는 것처럼 병원도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

대구 =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징균에게 골프란 = 바쁜 삶의 활력소이면서 동시에 동양화의 여백 같은 것이다. 이 여백은 비어있는 듯 보이지만 풍부하게 공간을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