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시신 딸 추정에… 엄마 “오늘이 18번째 생일인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엄마의 마음 4층 여자화장실 근처에서 추가 발견된 시신의 주인공이 단원고 2학년 황지현 양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황 양의 어머니가 29일 아침 생일을 맞은 딸을 위해 미역국을 뜨고 있다.

“아니, 지현이가 아닐지 몰라요. 누구도 모르는 거죠. 하지만 한 명이라도 다시 찾았다는 것은….”

29일 오전 8시쯤 전남 진도군 진도읍 진도실내체육관 옆 가족전용 식당 앞에서 만난 안산단원고 학생 황지현(17) 양의 어머니 심명섭(49) 씨는 “발견된 위치로 봐서 지현이로 추정된다는 말이 있다”고 말을 건네자 이렇게 말끝을 흐렸다. 추가 수습 소식을 접한 직후인 28일 오후 기쁨과 분노, 희망이 섞인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던 모습과는 달리 상당히 차분한 심경을 드러냈다. 지현 양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 4층 여자화장실 근처여서 추가 발견된 시신의 주인공이 지현 양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도 지현 양의 가족들은 사뭇 신중했다. 신원이 최종 확인될 때까지는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과 지현 양이 맞다면 다른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등이 교차한 듯했다.

심 씨는 식당으로 들어가더니 미역국이 담긴 큰 솥을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데우기 시작했다. 식당 자원봉사자는 “미역국은 오늘이 지현이 생일이어서 지현이와 같은 반 아이들의 어머니 서너 명이 어젯밤 끓여놓은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미역국 끓이는 데 동참한 윤모(여) 씨는 자신 역시 세월호 사고로 딸(김모 양)을 잃었는데도 지현이 생일을 앞두고 일부러 진도에 왔다고 했다.

심 씨는 “요 며칠간 (팽목항에 차려진) 지현이 밥상에 밥을 올리지 못했다. 오늘은 갖다 올려야겠다”며 미역국을 플라스틱 통에 담았다.

식당의 또다른 식당 자원봉사자는 “오늘 아침 식사하러 오시는 분들이 평소에 비해 줄어든데다, 오시는 시간도 많이 늦은 편”이라며 “어제 시신 추가 발견에 마음이 혼란스럽고 잠을 설쳐서 그리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체육관에서 숙식을 함께하고 있는 법률대리인 배의철 변호사는 “지현이 어머니와 고창석 선생님의 부인 등 여러 분이 밤새 한숨도 못 주무셨다”고 전했다. 때마침 식당 앞에서 마주친 고 교사의 부인 민모 씨는 말을 매우 아꼈지만, 양승진 교사의 부인 유모 씨는 자신의 속내를 가감 없이 털어놨다.

유 씨는 “한 명이라도 찾았다는 것은 기쁨이고 희망도 생기지만 분노가 치미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13차례나 수색했다고 한 장소에서 시신이 나왔으니 전체적으로 철저하게 수색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씨는 이어 “그 동안 선미 쪽은 많이 수색했지만, 선 중앙 쪽은 별로 하지 않았거나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다”며 “그런 점에서 (해군과 민간 잠수사들의) 교차수색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신의 주인공이 여학생으로 추정된다는 소식에 추교영 단원고 교장은 28일 밤 진도실내체육관으로 한걸음에 달려와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추 교장은 29일 아침 5시쯤 일어나 깊은 생각에 잠겨 체육관 1층 로비를 거니는 등 밤새 잠을 설친 듯한 모습이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오전 5시를 전후해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지만 11시 전후는 기상 상황이 더 좋을 것같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인양소식이 들리는 대로 팽목항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도 = 글·사진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