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신드롬’… 대중문화 ‘화두’로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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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다시금 대중문화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영역에서 아버지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이 잇따라 소개돼 대중의 호응을 얻고 있다.

30일 개봉된 영화 ‘나의 독재자’(감독 이해준·사진)는 1970년대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리허설을 위해 김일성의 대역을 맡게 된 후 역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무명배우 성근(설경구)과 그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영화의 소재는 대역 배우지만 주제는 아버지의 사랑이다. 번듯한 배우가 돼 아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성근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아버지의 바람을 담은 인물이다. 성근을 연기한 설경구는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지만 아들은 그런 아버지가 독재자라 생각한다”며 “이 영화는 모든 아버지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해운대’로 유명한 윤제균 감독이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국제시장’은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작품에서 배우 황정민이 연기하는 덕수는 오직 자신과 가족만을 생각하며 거친 세파를 헤치며 살아온 우리 시대 아버지다. “가장 평범한 아버지의 가장 평범한 이야기”라는 윤 감독의 이야기처럼 ‘국제시장’은 공기처럼 우리를 감싸고 있는 소중한 존재지만 미처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아버지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외에도 다음 달 6일 개봉되는 할리우드 영화 ‘인터스텔라’(감독 크리스토퍼 놀런) 역시 SF영화라는 표피 속에 부성애라는 속살을 담고 있다.

부성애는 드라마 속에서도 부각된다.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KBS 2TV 주말극 ‘가족끼리 왜 이래’는 30년째 두부집을 운영하며 아내 없이 자식들을 키운 차순봉(유동근)의 이야기를 통해 아버지의 의미를 되새긴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한 SBS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은 영조(한석규)와 세자 이선(이제훈), 이선과 어린 이산(훗날 정조), 김택(김창완)과 김무 등 세 부자간의 모습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부성애를 보여준다.

이외에도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와 MBC ‘일밤-아빠 어디가’ 등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이보다 일을 택해야 하는 아빠들의 육아를 통해 우리가 잊고 지내던 부성애를 일깨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한때 근엄하고 딱딱한 존재로만 치부되던 아버지의 역할이 재조명받고 있다”며 “각박해지는 사회적, 경제적 상황 속 아버지의 역할은 더욱 부각된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따뜻한 감성을 전하는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