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러 “核·미사일 도발 안해야 北과 대화”

시드니 사일러 미국 국무부 6자회담 특사는 30일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전제 조건과 관련, "대화는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도발적 행동이 없어야 할 수 있다"면서 "6자회담의 궁극적 목적은 북한의 비핵화인 만큼 핵 프로그램 중단에서 시작해 불능화, 해체 및 완전한 포기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일러 특사는 최근 자신의 여러 발언이 6자회담 재개 조건의 기준완화로 해석되는데 대해 ‘오해’라는 점을 설명하면서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북한이 취해야 할) 다양한 행동 가운데 대표적인 예를 들어 설명했을 뿐"이라고 정리했다.

사일러 특사는 이날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전날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유예하고 핵프로그램을 중단할 경우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하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우리의 기준을 완화한 것이 전혀 아니다"고 재확인했다.

사일러 특사는 지난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을 묻는 말에 "만일 북한이 회담복귀를 선언하면서 핵과 미사일 실험을 유예하고 핵활동을 중단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해보라"며 "전 세계는 북한의 태도에 근본적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그가 꼽은 이른바 비핵화 사전조치에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등이 구체적으로 들어가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미국이 비핵화 사전조치의 기준을 낮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의 포괄적 대북 정책방안이었던 ‘페리 프로세스’와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사일러 특사는 "당시에는 미국이 주도했지만 북한의 핵실험 이후 중국 등 주변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연합전선(united front)을 형성하고 있는 점에서 북핵 문제는 양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 다층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일러 특사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미국과 중국의 북핵 문제에 대한 협력이 더욱 강화돼 왔다"면서 "중국은 6자회담의 의장국으로서 대북 레버리지는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