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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10월 31일(金)
창조,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또 다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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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톨로지 / 김정운, 21세기북스

“인간이 가장 창의적일 때는 멍하니 있을 때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멍하니 있을 때, 생각은 아주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가끔 멍하니 앉아 있다가 ‘아니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할 때가 있다. 그러고는 그 생각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거꾸로 짚어나간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생각의 흐름을 찾아냈을 때, 자신이 그 짧은 시간 동안 날아다녔던 생각의 범위에 놀라게 된다.”(52쪽)

이 말대로면 지난 27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회 멍 때리기 대회’는 매우 창조적인 이벤트다. 목적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해주자는 것. 초점 없는 시선으로 이 대회 우승을 거머쥔 한 9세 소녀의 어머니는 딸 아이의 이미지가 ‘멍’으로 굳어질 것을 염려해 앞으로는 참가하지 않겠다는 소감을 밝혔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뿌듯해 해야 한다. 1등을 하고 상금을 타서가 아니라, 딸이 이날 가장 창조적인 순간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사진)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이 이번에는 창조를 논한다. 멍 때리기 대회처럼 단순하면서도 기발한 방법으로. 그는 “창조란 별다른 것이 아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것도 아니다. 창조는 기존에 있던 것들을 구성하고, 해체하고, 재구성한 것의 결과물이다”고 말한다. 생각을 잠시 멈출 때, 오히려 생산적인 아이디어가 솟아났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터. 그건 아주 새로운 게 아니다. 이미 보고 듣고, 한 번쯤 떠올렸던 것. 그래서 저자는 창조를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또 다른 편집’이라고 명명한다. 이른바 ‘에디톨로지(editology)’다.

그는 기존에 등장한 통섭, 융합, 크로스오버 등이 이와 유사한 개념이라면서도 “통섭이나 융합은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뭐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에디톨로지는 인간의 구체적이며 주체적인 편집 행위에 관한 설명이다”고 강조한다.

김 소장의 말은 정확하다. 에디톨로지는 현시대를 관통하는 가장 적합한 말이다. 비근한 예로, 오늘날 뉴스 전달 방식을 보라. 과거 어느 때보다 ‘편집자’의 힘이 커졌다. 이는 한국의 상황에서는 거대 포털 사이트로 대변된다. 이는 창조적인 인물로 늘 손꼽히는 스티브 잡스의 과거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민주주의에는 자유롭고 건강한 언론이 중요하다. 뉴스를 모으고 편집하는 조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나는 미국이 블로거들의 세상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김정운’ 식대로 풀어내면 잡스는 ‘지식 편집(지식과 문화의 에디톨로지)’을 논한 것. 책은 이밖에 원근법을 중심으로 공간 편집과 인간 의식의 상관관계(관점과 장소의 에디톨로지)를 설명하고, 심리학의 대상이 되는 인간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편집됐는지(마음과 심리학의 에디톨로지)를 살펴본다.

박동미 기자 mich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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