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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10월 31일(金)
과잉 경쟁이 부른 숨막히는 ‘정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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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의 배신 / 마거릿 헤퍼넌 지음, 김성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금메달을 보장해주지만 5년 후 부작용으로 사망할 수 있다면 그 약물을 과연 먹겠는가. 1984년 생화학자 로버트 골드먼이 운동선수 198명에게 물었다. 놀랍게도 응답자의 52%가 그 약물을 먹겠다고 했다. 그 후 10년간 2년마다 실시한 설문의 결과는 비슷했다. 이기기 위해 목숨까지 걸겠다니, 선수들의 경쟁심리에서 승부에 대한 집착과 압박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읽을 수 있다.

경쟁, 그에 따른 불안과 상실은 스포츠 세계만의 특성은 아니다. 결과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확연히 나뉘는 잔인하고 단순한 구도는 본능적인 형제간 갈등이나 현대식 전쟁터로 비유되는 뉴욕 월스트리트에서도 드러난다. 가족 기업 내부의 문제일뿐만 아니라 교육, 결혼, 종교, 음악, 영화, 건축, 과학 등 각 분야에서 갈등과 긴장의 행태는 발견된다.

미국 하버드대에선 지난해 초 100여 명에게 자퇴권고라는 강력한 조치가 시행됐다. 집에서 치러진 시험에서 동일한 답안지들이 대거 제출됐기 때문이다. 또한 과학자 겸 작가인 칼 제라시의 소설 속, 연구결과를 조작하고 남의 자료를 훔치는 사례가 실화로 밝혀졌다.

이 책은 경쟁을 부추기는 과잉경쟁사회의 현장, 그 현실을 주목한다. BBC PD 출신의 언론인이며 기업가인 영국인 저자는 각 분야별로 ‘경쟁’이 과연 어떤 모습인지를 생생하게 짚어낸다. 런던, 뉴욕을 비롯해 핀란드·싱가포르 등 각지의 사례, 직접 인터뷰를 바탕으로 경쟁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조명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경우 직원의 능률 향상을 위해 실시해온 ‘스택 랭킹’ (성과에 따른 강제해고 순위제도)이 오히려 기술 개발의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 경쟁심과 불신에 휩싸인 직원들이 회의 때 아이디어를 발표하지 않으며, 성과를 위해 무리수를 둘뿐만 아니라, 해고 순위 조작을 위한 거래와 흥정까지 이뤄졌기 때문이다.

첨단 정보와 지식을 다루는 과학분야에서도 경쟁의 폐해가 심각하다고 저자는 지목한다. 과학자들도 협력하기보다 라이벌을 의식해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이 같은 구도를 유명학술지가 부추기고 있다는 이야기다.

승리의 대가는 사회 전반에 깊은 그늘을 드리운다. 1등만 선호하는 학교에서 나머지 학생들의 사기는 꺾어지기 마련. 회사별로 보너스와 승진을 위해 경쟁하는 가운데 인간관계와 창조성은 사라진다. 제약회사는 큰 시장만 의식하다 보면 인기 약의 복제에 열을 올릴 뿐 희귀 질환의 신약 개발을 회피하려 든다.

이 책은 새로운 희망을 제시해주는 일화도 소개한다. 영국가수 아델은 다양한 예술가와 기술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창조를 이끌어낸 성공사례로 등장한다.

이밖에 아럽, 고어 & 어소시에이츠, 인터페이스 등의 기업을 통해 경쟁에서 벗어난 혁신의 비결을 짚어낸다. 이 책은 경쟁보다 협력과 상호 의존 속에서 더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며 지속가능한 대안이 가능함을 일깨운다. 신뢰와 공존공영의 정신으로 연대 능력과 협력이야말로 더불어 살고 함께 일하기 위해 개인과 사회에 요구되는 덕목이라는 이야기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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