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헌법불합치’ 후폭풍>“서울면적 두배인 무안·신안… 지금도 의원수 48대 1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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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표의 등가성을 우선하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농어촌 지역 국회의원과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정국의 향배와 관련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지역 대표성이나 예산·복지 문제 등과 직결된 지역의 현실을 깡그리 무시한 ‘탁상공론’의 전형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지역 대표성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 도입 주장이 강하게 제기될 경우 ‘개헌론’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전남 무안·신안이 지역구인 이윤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3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은 헌법기관으로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며 “대도시는 기초지방자치단체나 행정구역을 몇 개로 쪼개는 것도 모자라 아파트 몇 단지면 국회의원이 1명 나오는데 지역은 4∼5개 행정구역을 합쳐서 1명이 나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내 지역구인 무안·신안을 합치면 서울이 두 배에 가깝고, 섬이 전국 도서의 3분의 1이 있다”며 “신안군 하나가 어떤 지역 대표성을 가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안·신안은 헌재가 제시한 새 기준으로는 단독 선거구가 될 수 없다.

영남 지역 출신의 한 새누리당 의원도 “우리나라같이 수도권에 집중된 나라는 없다”며 “우리 현실을 무시하고 너무 국제적인 기준에만 맞춰서 판단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된 상황에서 지역에 대한 배려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방의 소외감은 상당하다. 정치권력까지 수도권에 집중되면 모든 정책 결정이 수도권 중심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호남 지역 의원은 “수도권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의료·복지시설, 교육시설 등 부족한 것이 없어 오히려 의원이 줄어도 된다”며 “앞으로 누가 지역을 대표해 정부와 싸우겠나”라고 걱정했다.

현재의 지역구 수가 유지된다면 헌재 결정에 따라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은 10곳 이상의 지역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수원의 경우 현재 4개의 선거구가 있지만 1개 선거구가 더 생길 수도 있다. 기초단체인 수원은 20대 총선에서 국회의원만 5명을 배출하게 되는 것이다. 경남 창원 역시 국회의원 5명을 선출하지만, 기초단체 3곳이 합쳐진 곳이어서 수원과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반면 지방에서는 최대 6곳의 기초단체에서 국회의원 1명을 선출할 수도 있다.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와 홍천·횡성은 각각 인구 하한선에 미달했는데, 두 지역구가 합쳐지면 강원 영동지역 면적의 절반이 넘는 거대 지역구가 만들어진다. 전북에서도 진안·무주·장수·임실에 한 기초단체가 더 추가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기회에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선거구제로 변경하는 것 등을 포함해 선거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역 대표성 약화 문제는 양원제 도입 주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농어촌 지역 대표성이 계속 약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원을 만들어 지역 대표성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견해가 정치권에서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조성진·고광일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