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헌법불합치’ 후폭풍>종로·용산, 중구에 ‘유권자 꿔주기’… 전국 곳곳 ‘게리맨더링’ 횡행할 듯

헌법재판소의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현행 ‘3대 1’에서 ‘2대 1’로 변경해야 한다는 결정이 정치권에 대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향후 선거구 재설정 과정에서 편법적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한 기형적인 선거구 획정)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선거구 인구 하한선 기준에 미달돼 단독 선거구로서 존립하기 어려운 지역구를 인근 지역과 묶어 선거구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엉뚱한 조합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통폐합 선거구 의원들이 자신들의 의원 배지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게리맨더링을 시도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31일 안전행정부 주민등록인구통계(9월 말 기준)에 따르면 서울 중구는 12만8930명으로 헌재가 제시한 기준에 따른 선거구의 하한 인구수 13만8984명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중구는 단독 선거구의 지위를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가장 현실적인 가능성은 인근의 종로구나 용산구의 선거구와 통폐합되는 것이다.

문제는 종로구와 용산구의 인구가 각각 15만8067명, 23만7302명이라는 점. 중구와 합쳐질 경우 이들 지역은 상한 인구수인 27만7966명을 초과하게 돼 현재 1개 선거구인 종로 또는 용산은 갑·을 2개 선거구로 나눠야 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럴 경우 종로구 및 용산구의 특정 동(洞)들을 사실상 중구에 떼어주는 편법이 발생할 것”이라며 “일부 지역의 사례였던 게리맨더링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광주 동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인구 하한선 미달(10만1656명)로 옆 지역구와 합친 뒤 선거구를 다시 분할하는 방식의 편법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같은 시·군·구내 전체 인구수를 감안할 때 경계조정으로 선거구를 유지하기 힘들어 조정이 불가피한 인구 하한선 미달 선거구는 서울 1곳(중구), 부산 2곳(서구, 영도구), 광주 1곳(동구), 세종 1곳 등 22곳에 달한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