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는 21일 새로운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에서 독자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새로운 도서정가제의 시행을 앞두고 서점가에서 최대 90%에 이르는 막판 폭탄세일 열기가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출판계는 새 도서정가제의 효과 및 한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21일부터 신·구간 도서를 가리지 않고 최대 할인율을 15%로 정한 새 도서정가제가 시행되지만 간접 할인, 세트판매 등을 통한 우회 할인이 여전히 가능해 벌써부터 무늬만 도서정가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출판계에서는 새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사실상 가격 상승 효과 때문에 최소 몇개월간 책 소비 급감과 판매 공백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D 데이 폭탄세일 = 교보문고, YES24, 알라딘 등 각종 서점들은 일제히 ‘도서정가제 시행 전 마지막 세일’을 내걸고, 최대 80∼90%에 이르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모든 서점이 D데이 카운트에 나섰고, ‘올해 마지막 최대 할인’ ‘도서정가제 이전 막판 최대 할인 기회!’ ‘도서정가제 시행 전 마지막 세일 D-18’ 등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세트물 할인, 스테디셀러 할인, 베스트셀러 할인 등 다양한 구성을 통해 40∼50% 세일은 기본이며 90% 세일에 쿠폰행사까지 벌이고 있다. 가격이 1000원이 안 되는 책까지 등장했다. 이에 80∼90% 세일 대상인 책이 베스트셀러 톱 10에 오르기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출판사들이 새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기존의 할인대상인 책을 소진하려 하기 때문이며, 새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몇달간 벌어질 ‘공백기’를 버티기 위해 ‘탄환’마련 차원에서 더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출판계에서는 새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최소 몇달간 책 판매가 급격히 떨어지는 판매 공백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예측됐던 책 가격 하락은 빠른 시일 내에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반값할인 등을 염두에 두고, 미리 책값을 높게 산정했던 관행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책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현실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태이다. 한 출판사 대표는 “책 가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못한 상태로, 다른 출판사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도서정가제 전망 = 한편 출판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새 도서정가제와 관련해 시행도 하기 전에 ‘재개정’ 요구가 나오는 등 상당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입법을 거쳐 도입이 확정된 새 도서정가제는 신·구간 도서 모두 할인폭을 현행 19%에서 15%로 묶었고, 예외 대상이었던 18개월 이상된 구간, 실용서, 초등학습 참고서, 도서관 등의 공공기관 구입 도서도 적용 대상에 넣었다. 문제는 여전히 편법 할인이 가능한 ‘구멍’이 많다는 점이다. 새 도서정가제 하에서도 경품, 무료 배송료, 카드사, 통신사 제휴 할인 등과 같은 간접 할인이 가능하다. 또 전집세트로 만들 경우 책 낱권 가격을 합한 것보다 낮게 책정할 수 있어 이 또한 편법할인의 통로가 될 수 있다. 백원근 재단법인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도서정가제가 제대로 시행돼 출판 유통 질서를 바로잡아야 출판사, 서점, 독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며 “도서정가제 취지를 저해할 수 있는 요소들은 미연에 방지하고, 시행 이후에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서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 밝혔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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