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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11월 03일(月)
“돈이 자본주의의 꽃이라면 詩는 인간 정신·언어의 꽃”
정끝별 시집 ‘은는이가’· 詩해설서 ‘돈詩’펴내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올해로 등단 26년째를 맞은 중견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정끝별(50)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그의 다섯 번째 시집 ‘은는이가’(문학동네·왼쪽 사진)와 시 해설집 ‘돈詩’(마음의 숲·오른쪽)가 최근 나란히 출간됐다. 시인으로, 또 문학평론가로 얼굴을 달리하며 독자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6년 만에 낸 시집에 대해 정 시인은 “다른 때보다도 시집을 꾸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운을 뗐다. 그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물리적인 나이가 ‘50’이란 숫자를 통과했고, 시에 있어서도 한 고비를 어렵게 통과한 느낌” 이라며 “이전에 시를 쓸 때는 언어에 대한 두려움이나 망설임 같은 것이 있었는데 이 시집을 통해 좀 더 자유로워진 듯하다”고 말했다.

시집은 기존에 그가 보여준 언어적 통찰과 감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표제작이 대표적이다. 보조사 ‘은’ ‘는’과 주격조사 ‘이’ ‘가’는 그 자체로 뜻을 지니고 있지 않지만, 이것이 없으면 문장이 성립되지 않는다. 또한 둘 사이의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로 인해 문장의 의미가 확연히 달라진다. “당신은 내‘가’하며 힘을 빼 한 발 물러서고/ 나는 나‘는’ 하며 힘을 넣어 한 발 앞선다//강‘이’ 하면서 강을 따라 출렁출렁 달려가고/ 강‘은’ 하면서 달려가는 강을 불러세우듯/(중략) 당신은 사랑‘이’ 하면서 바람에 말을 걸고/ 나는 사랑‘은’ 하면서 바람을 가둔다”(‘은는이가’ 중에서)

이처럼 우리가 평소 쓰는 ‘은는이가’의 차이를 들여다보면 ‘이(가)’가 객관적이고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듯한 반면, ‘은(는)’은 주관적이고 제한적인 느낌을 준다. 시인은 이 언어적 특징을 짚어내 시를 짓는다. “네가 나를 베려는 순간 내가 너를 베는 궁극의 타이밍을 일격(一擊)이라 하고/ 뿌리가 같고 가지 잎새가 하나로 꿰는 이치를 일관(一貫)이라 한다/(중략)일격이 일관을 꽃피울 때/ 단숨이 솟고 바람이 부푼다/ 무인이 그렇고 애인이 그렇다”(‘사랑의 병법’ 중에서) 같이 언어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시구들도 많다.

그러면서 시집은 그 동안 정 시인에게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들도 담고 있다. 그는 시집 제목에 빗대 “그 동안 ‘은/는’의 세계에 있었지만, 이제 비로소 ‘이/가’로 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 특정한 주제나 대상을 놓고 서사성이 강한 시들을 주로 써왔지만 이번에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시들을 꽤 썼다. 시집 출간에 많은 시간이 걸린 것도 이 때문이다. “표현해 낼 자신이 없어 이전에는 감히 손을 못 댔던 형식이었어요. 너무 힘들게 시를 완성했고 개인적으로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제 시·공간이나 소재 등이 큰 스케일(규모)의 시를 쓸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게 됐습니다.”

평론가로서 쓴 시 해설집 ‘돈詩’는 이정록의 ‘원고료’, 정현종의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등 돈과 관련된 66편의 시를 묶고 이에 대한 해설을 붙인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돈이 자본주의의 꽃이라면, 시는 인간 정신 혹은 인간 언어의 꽃이다. 돈과 시가 ‘산다’로 압축되는 우리 삶의 꽃이라는 점에서는 그 뿌리가 같지만 바라보는 방향은 반대 지점이다. 66편의 시에서 빈부격차와 부의 불평등 구조, 돈과 반대편에 선 가난의 풍요로움 등을 본다. 그는 앞서도 사랑, 밥 등을 주제로 한 시를 엮은 해설서를 낸 적이 있다. 시인은 “하나의 주제로 묶인 시들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사회의 스펙트럼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돈보다 중요한 것이 없는 삶은 얼마나 비루하고 염치없는 삶이겠는가 ’란 물음이 돈詩들이 출발하는 지점”이라고 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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