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생님>장애학생들 손잡고 아침마다 워킹… 체력·집중력 ‘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5일 울산 중구 약사동 울산혜인학교 인근 산책로에서 이 학교 김수광(가운데) 교장과 학생들이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얘들아, 친구 손잡고 가야지. 힘들어도 선생님 손잡고 천천히 가보자.”

장애인들의 배움터인 울산 중구 약사동 울산혜인학교 운동장과 주변 산책로에는 매일 아침마다 걷기 행렬이 만들어진다. 걷기 행렬의 주인공은 이 학교 교사들과 학생들. 학교는 매일 수업 시작 전 1시간 동안 학생들에게 걷기 운동을 시킨다. ‘고고워킹(Go! Go! Walking)’이란 이름이 붙여져 전 학년이 참여하는 이 프로그램은 울산혜인학교 김수광(61) 교장이 운동 부족으로 기초체력이 부족한 장애학생들을 위해 도입한 국내 첫 맞춤형 걷기 운동이다.

가을 하늘이 파랗게 물든 5일 오전 9시 20분 울산혜인학교 운동장. 김 교장을 비롯한 교사 160여 명과 255명의 학생들이 몸풀기 운동을 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체조를 하는 교사를 따라 스스로 자신의 몸을 움직였으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일부 학생들은 교사의 도움을 받으며 몸을 움직였다.

10여 분간의 몸풀기가 끝나자 교사와 학생들은 일제히 4그룹으로 나뉘어 정해진 코스로 이동했다. 육체적 활동능력에 따라 운동장 코스(90명), 1㎞ 코스(20명), 3㎞ 코스(93명), 6㎞ 코스(52명)로 각기 흩어졌다. 교사들이나 친구들과 손을 잡고 열심히 정해진 코스로 걸어가는 중에 간간이 걷기를 포기하고 주저앉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교사들의 도움으로 아침 운동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학생들의 손을 잡고 6㎞ 코스를 함께한 김 교장은 1시간 동안의 걷기를 마친 뒤 “혜인학교 학생들은 기초체력이 떨어지고, 과잉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매일 아침 걷기운동을 시작한 뒤로는 실제로 체력이 상승하고 수업시간 집중도가 높아졌다”며 “학생들의 체력에 맞춰 시행하는 맞춤형 걷기 운동이 상상 이상의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강소영 부장 교사도 “학생들이 처음에는 친구들도 외면한 채 혼자 걸어갔는데, 요즘에는 친구 손을 꼭 잡고 걸으며, 혹시라도 손이 떨어지면 친구를 찾는다”며 “이 운동이 친구들 간의 소통과 정서적 교감도 이뤄 내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고 있다”고 자랑했다.

‘고고워킹’에 대한 학부모들의 호응도 좋은 편이다. 한 학부모는 지난 6월 울산시교육청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코너에 “처음에는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하고 금세 지쳐버리는 아이들이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체력이 좋아지고 얼굴도 점점 밝아지는 게 느껴진다”고 적었다.

김 교장은 공모를 통해 지난 2008년 개교 당시부터 울산혜인학교 교장으로 부임, 7년째 장애학생들과 동고동락하고 있다. 평소에도 장애학생들에게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그는 지난해에는 울산의 춘포문화장학재단으로부터 춘포문화상(교육부문)을 수상하며 2000만 원의 상금을 받았으나, 이를 모두 특수학교인 울산혜인학교와 울산행복학교에 학생들의 현장활동체험비로 써달라며 1000만 원씩을 기탁했다.

김 교장은 “매일 아침마다 순진무구한 학생들을 마주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정화된다”며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글·사진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