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염 환자를 腸활성화 관장시킨 ‘얼빠진 의사’

올해 초 서울의 한 병원에서 중년 남성 A 씨가 갑자기 사망했다. 변비가 심해 병원을 찾은 A 씨는 의료진으로부터 관장을 처방받았다. 그러나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해주는 관장약을 항문에 넣고 얼마 지난 뒤 사망하고 말았다. 사인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A 씨는 장 손상이 많은 허혈성(장기에 혈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 장염을 앓고 있었고, 이것이 변비의 원인이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사인은 허혈성 장염을 앓던 환자에게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관장을 처방한 것이었다. 의료진이 변비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기만 했어도 예방할 수 있는 의료사고였던 셈이다.

7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의료기술의 발달과 의료기관의 현대화에도 불구하고 예방 가능한 황당한 의료사고들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모두 빈번한 유형의 사고로, 이 같은 경우에 대해 미리 학습이 됐다면 예방이 가능한 사고들이다. 지난해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대장내시경을 받던 중년 남성 B 씨는 역시 의료진의 미숙으로 생명을 잃을 뻔했다. 대장내시경을 받다가 천공이 발생했지만 일반적인 천공 부위인 복강이 아닌 배 뒤쪽의 후복강에 발생했다. 의료진은 복강 사진만 확인한 뒤에 이상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얼마 뒤 환자의 목덜미가 크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후복강 천공으로 인해 발생한 가스가 몸 위로 올라온 것이다. 의료진이 대장내시경 과정에서 후복강에도 천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더라면 예방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이외에도 한 의원에서 근육주사를 엉덩이에 맞은 남성이 근막염이 발생해 다리를 절단한 사고도 있었다. 이는 의사가 근육주사에 대한 부작용을 제대로 설명했으면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다.

대형병원도 의료사고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지난해 초 허리통증으로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을 찾았던 C 씨는 뼈와 간에 암세포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B형간염 보균자였던 C 씨는 간암 세포를 치료하기 위해 간동맥색전술(간암세포에게 공급되는 피를 막는 것)과 항암제 치료를 하기로 했는데, 이때 발생할 수 있는 간염바이러스의 활성화를 막기 위해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했다. 그러나 의료진은 해당 항바이러스의 부작용인 ‘젖산 산증(젖산이 누적되는 증상)’을 간과했다. 젖산 산증을 치료할 때는 수액을 보충해줘야 하지만, 의료진은 오히려 항암 치료과정에서 올 수 있는 간성혼수(간기능 저하로 인한 혼수상태)에 대비해 간성혼수 치료인 관장을 시행했다. 결국 환자는 탈수로 인해 사망했다. 의료진이 항바이러스의 부작용을 제대로 인지 못해, 수액이 부족한 환자에게 거꾸로 관장을 시킨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의료사고로 볼 수는 없지만 혈액검사에 대한 대처법에서도 예방가능한 부작용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건강검사 등에서 팔뚝에서 채혈한 뒤에 지혈하는 지점도 오류가 있다는 것이 의료계 설명이다. 동맥의 피는 손끝에서 어깨 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채혈 후 지열은 주삿바늘이 뽑힌 지점을 누르지 말고, 그 아랫부분을 눌러야 한다는 것이다. 주삿바늘이 뽑힌 지점을 누르면 피가 옆으로 퍼져 멍 자국 등이 빈번하게 나타나는데 이 정보 역시 의료기관 간에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탓에 유사한 부작용이 여전히 현장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