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 농업인 행복찾기> “고구마묵 아세요?… 생전 처음 무청도 엮어 봤지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4일 충남 당진시 고대면 영전 황토마을에서 열린 ‘식사랑 농사랑’ 고구마묵 만들기 체험활동에서 참가자들이 고구마묵을 만들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당진IC에서 빠져 약 200m 직진 후 다시 32번 국도를 따라 당진 방향으로 약 5㎞를 차로 달리면 이내 탑동 네거리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고대, 석문 방향으로 가는 615번 지방도로를 따라 줄곧 직진하면 반갑게 맞이하는 마을 이정표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로 충남 당진시 고대면의 ‘영전 황토마을’이다.

이곳에서 지난 4일 대전 회덕농협 고객(2014년 도시민 식사랑농사랑과정 제18기) 80여 명이 도농 상생의 의미를 되새기며 깊어 가는 가을 들녘에서 제철 농산물 수확의 기쁨과 건강한 먹거리 ‘식사랑농사랑’ 체험 기회를 가졌다.

이날 참가자들은 마을 어귀에 있는 마을정보센터 앞에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바로 체험장으로 이동해 오전 11시부터 고구마묵 만들기 체험에 들어갔다. “여러분, 고구마가 당뇨에 좋은 건 다 아시죠?”라며 향토음식 체험강사 백경자 씨가 묵 만드는 법을 설명하자 모두 고구마로 묵을 만든다는 말에 신기한 듯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었다.

50∼60대 여성이 대부분인 참가자들은 모처럼 도시생활을 떠나 시골 마을에서 우리 농산물 재료로 손수 먹거리를 만들어 보는 쏠쏠한 재미와 매력에 마냥 즐거워 보였다. 이번 행사 참가자 대표 이정예(여·65) 회장은 “고구마묵 만들기 체험이 너무 즐겁고 재미있다”면서 “시골에 와서 이곳 인심도 듬뿍 느끼고 친목도 도모하고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묵 만들기 식체험이 끝나자 두 번째로 오후 1시부터는 ‘무청 엮기’ 농체험이 이어졌다. 버스를 타고 무밭으로 향하는 참가자들은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신나 보였다.

체험장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까지 풍성해질 것 같은 무밭 입구에서 김혜재 마을 사무장의 마이크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김 사무장은 “밭이 질어 신발에 흙이 묻으니 들어가기 전에 비닐봉지를 씌우고 들어가 달라”면서 “무를 한 사람당 여덟 개씩 뽑아 가지고 나와 이렇게 볏짚으로 묶으면 된다”며 손수 묶은 무청을 들어 보였다.

김인자(대전 대덕구 중리동) 씨는 “시골 밭에 와서 무를 뽑아 무청을 엮으니 어릴 적 추억이 생각난다”며 “돌아가서 아이들에게 ‘엄마가 밭에서 직접 무를 뽑아 엮어 온 거’라면서 먹거리의 소중함을 말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시끄러운 수다 속에 무청 만들기 체험에 빠져들었다.

밭 입구는 어느새 참가자들 40여 명이 둘러앉아 손수 뽑아 온 무청을 엮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한 참가자가 무청 무에 대해 묻자 김 사무장은 “무청 무는 먹을 수도 있지만 무가 딱딱하고 매워 먹기 나쁘다. 대신에 잎이 크고 부드러워 말리면 색깔도 달라지고 시래기 맛도 좋다”고 설명했다.

송석준(대전 대덕구 중리동) 씨도 “무청을 도시에서도 사 먹을 수 있지만 맛이 이런 것과는 다르다. 또 농사지은 분들의 땀과 수고를 느낄 수 있어 감사하는 마음으로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러 번 왔지만 봄에는 더 좋다”며 “그때에는 황토 감자 캐기와 손두부 만들기가 제격”이라고 추천하기도 했다. 그다음으로 이어진 체험은 냉이 캐기. ‘봄나물이 요즘 밭에 있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비닐하우스 속 냉이였다. 그래도 참가자들은 싱싱하게 자란 파란 냉이를 한 움큼씩 캐어 들고는 아이들처럼 좋아했다.

그렇게 모든 체험을 끝낸 참가자들은 버스가 있는 마을정보센터 옆 정자로 다시 모여들었다. 이곳에서는 주민들이 땀 흘려 농사지은 고구마며 서리태, 팥, 대추, 검정깨 등을 가지고 나와 판매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직거래장터다. 김추실(여·63·대전 대덕구 중리동) 씨는 “팥이 마트에서는 1㎏에 1만 원인데 여기에서는 5000원”이라며 “너무 싼 데다가 마을 주민이 직접 농사지은 것이어서 더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이런 기회가 있으면 몇 번이고 또 오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당진 = 송동근 기자 dks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