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세계 경제를 구할 수 있는 건 ‘빈곤층’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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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 존 호프 브라이언트 지음, 박종근 옮김 / 중앙북스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자본주의를 구하는가’는 위기에 빠진 세계 경제를 구할 수 있는 독창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두서없는 통계수치를 늘어놓으며 이론적인 설명을 하기보다는 저자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명쾌한 어법으로 독자를 설득한다.

비영리기관 오퍼레이션 호프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저자는 이 책에서 여러 가지 맹점을 지닌 자본주의를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체제로 바꾸기 위해서는 “가난한 이들의 땅을 경작해 수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하위 80%의 소비자들이 경제성장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이들을 외면하는 시스템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빈곤층, 소외계층, 하위중산층은 미래가 불안하거나 직장을 잃었거나 돈에 쪼들릴 때는 물건을 사지 않고, 그들이 물건을 사지 않으면 다른 모든 경제활동도 중단된다는 것이 저자의 논리다.

저자는 또 우리가 알고 있는 빈곤의 정의는 본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며 빈곤의 의미를 처음부터 다시 정의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회와 희망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빈곤을 자신감·자부심·자신에 대한 믿음, 롤모델과 환경, 포부와 기회가 부족한 상태로 정의하며 빈곤층이 스스로 소비와 자본의 주체가 돼 자기결정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이밖에 가난한 청년들에게 비즈니스 성공의 롤모델과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켜 그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들이 도전과 열정에 부합하는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해야 경제적 안정과 선순환적인 성공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기업가 정신 고취와 금융교육에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데 저자는 이를 자신들의 생존과 성공을 위해 가난한 사람을 돕는 ‘현명한 이기심’(Enlightened Self-Interest)이라고 표현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이 “미국을 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썼지만 저자가 ‘경제적 성공을 찾기 위한 과제’로 제시한 빈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은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믿음을 회복해야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인 ‘희망 없는 사람’이 가득한 사회로 가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