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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11월 07일(金)
123편 잡지 창간사에 담긴 ‘시대와 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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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 / 천정환 지음 / 마음산책

“우리 민족의 공명정대한 여론의 공기(公器)가 되고 우리 민족의 활로를 가르는 지남(指南)이 되려 한다.” 월간지 ‘민성’의 1945년 12월호 창간사는 당시 한국 언론과 지식인의 사명감을 함축하고 있다.

1966년 연초 창간된 ‘창작과 비평’의 경우 창간사 대신 편집인 백낙청의 권두 논문에서 “재래식 장르 개념과 수법은 물론, 창작과 비평 활동의 경계, 문학과 문학 아닌 것의 구분…까지도 깡그리 새로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며 총체적으로 새로운 문학적 규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고도 성장시대에 편집 디자인면에서 새로운 잡지를 이끈 ‘뿌리깊은 나무’ 1976년 3월 창간호는 또 달랐다. “이 나라의 자연과 생태와 대중문화를 살피겠다”며 ‘잘 살아보자’의 시대에 일찌감치 생태주의를 일깨웠다.

한국 현대문학사와 문화사를 연구하는 국문학자는 이 책에서 해방 이후 2000년대까지 발간된 잡지 중 가려 뽑은 123편의 창간사와 더불어 당대에 다가선다. 잡지 창간사를 통해 시대정신, 지성사의 흐름을 짚어낸다. 이른바 ‘창간사로 읽는 한국 현대문화사’다.

1970년대 부모가 보거나 사준 잡지들인 ‘신동아’ ‘월간조선’ ‘주부생활’ ‘새소년’ ‘보물섬’을, 1980년대 들어 각종 무크와 복간된 ‘창비’ ‘문사’ 및 ‘주간야구’ ‘키노’ 등을 가까이했던 저자는 연구자로서 접한 개화기 잡지 등까지 포함해 잡지문화를 분석한다.

정기간행물의 등록의무제 등을 골자로 하는 ‘언론기본법’이 법제화된 1980년대는 한국 지성사와 잡지사의 암울한 시기. 그러나 저자는 “극심한 억압에 반해 역동적 저항 문화의 역사와 더불어 오히려 ‘잡지문화의 전성시대’였다”고 지적한다.

잡지 창간은 조직과 실행, 자금과 이념을 필요로 하는 창조였으며 창간사는 잡지 주체들이 “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를 밝힌 ‘선언’이었다.

1970년 ‘문학과 지성’ 창간사는 “이 시대의 병폐는 무엇인가? 무엇이 이 시대를 사는 한국인의 의식을 참담하게 만들고 있는가”라는 의문문으로 시작된다. 1991년 ‘사회평론’ 창간사의 첫 문장은 “오늘 우리는 매우 엄중한 시대적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자각한다”이다.

신문에 비해 적은 자본으로 뜻맞는 몇 사람이 펴낼 수 있는 잡지는 명멸과 부침이 매우 심했다. 잡지는 다른 매체에 비해 용이하게 시류를 반영하며 즉각 생겨났고 없어지기도 쉬웠다. 당대가 투영돼 있는 잡지, 살아남은 잡지는 그 자체가 문화의 상징이며 현대사의 주요 사료이기도 하다.

시대에 따라 변화해온 잡지는 내용, 독자별로 종합·대중·생활·여성·어린이·문예·취미 등으로 나뉜다. 여성지는 근대 초기부터 있었지만 화려한 글로벌 출판자본이 만든 라이선스 잡지는 1990년대 이후 독자층을 파고들었다. 오늘날 지식인 잡지, 담론 잡지는 줄어든 반면 학술지는 크게 늘었다.

이 책은 1945∼1949년을 시작으로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를 10년 단위별로 창간사 123편의 전문을 싣고 해석을 더했다. 창간사는 잡지를 만든 지식인, 출판인, 문화인들의 정신과 말이 담겨 있는 글들이다. 1945년 12월 발간된 ‘백민’을 비롯해 ‘개벽’ ‘사상’ ‘현대문학’ ‘씨알의 소리’ ‘문학과 지성’부터 ‘야담과 실화’ ‘선데이 서울’ ‘페이퍼’ ‘IF’ ‘시네 21’ ‘월간잉여’까지 다양한 잡지 창간사를 모았다. 책 말미의 ‘주요잡지 창간 연표(1945∼2014)’에서 각양각색 잡지의 목록을 확인해볼 수 있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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