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中 신형대국관계론, 1930년대 日帝 주장과 비슷”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 외교사 연구자이자 더 아메리칸 인터레스트의 온라인판 편집장으로 활동하는 월터 러셀 미드 바드칼리지 교수는 지난 10월 1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임기 후반을 맞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적 터닝포인트는 북한이 아닌 이란과의 협상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란은 핵문제를 해결한 뒤 중동의 강자로 부상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으나 북한은 핵협상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연수 선임기자 nyskim@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더 아메리칸 인터레스트의 온라인판 편집장으로 활동하는 월터 러셀 미드 바드칼리지 교수는 스스로를 ‘저널리스트’라고 소개했다. 그는 인터뷰 때 “나는 일중독자(workaholic)”라면서 “국제현안에 대해 매일매일 관찰하고 분석하며 글을 쓰는 게 내 일상”이라고 말했다. 김연수 선임기자 nyskim@

월터 러셀 미드 美 바드大 교수·외교전문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대립을 벌이고 있고 중동지역에서는 파죽지세로 세를 넓혀가는 이슬람국가(IS)에 대해 속수무책인 상태다. 아시아는 아시아대로 중·일 및 한·일 갈등으로 소란스러운 상태다. 앞으로 중동과 아시아, 유럽의 정세는 어디로 흘러가고 미국의 역할은 어떻게 재조정될 것인지에 대해 미 외교전문가인 월터 러셀 미드(62) 바드칼리지 교수를 지난 10월 17일 만나 얘기를 나눴다. 국내 포럼 참석차 방한한 미드 교수는 미국외교협회(CFR) 헨리 키신저 펠로를 역임한 뒤 외교잡지 더 아메리칸 인터레스트(The American Interest) 온라인판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둘러싸고 전 세계가 아우성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얼마 전 오바마의 외교 유산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는 악평까지 했을 정도다.

“워싱턴포스트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바마 행정부가 2기로 접어들면서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여러 나라와 관계 개선에 노력해왔고 성과를 거둬왔다. 이란의 핵문제와 관련해 국제적 협력 틀을 만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협력하면서 핵 협상을 진행해왔고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오바마 외교정책에 성공한 것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바마는 또 아시아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중국, 일본과 긴밀한 협력을 해나가면서 상당한 성과를 냈다. 우리가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구체적인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성과라는 얘기인가.

“이란 핵문제와 관련해 P5+1(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란 협상 포맷을 만들고 이란 측과 진지한 협상을 진행해온 것은 성과다. 이런 협상은 이란이 과거 다른 나라들과 진행한 적이 없다. 이란과 6자 협상을 해나가면서 협상의 기한을 연장하며 최종 결과물을 만들고 있다. 상당히 진지하다.”

―이란 핵문제에서는 성과를 낼 것 같은데 다른 지역은 여전히 논란이 많지 않은가.

“아시아에서도 성과가 있다고 봐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증진을 위해 노력해왔다. 피벗투아시아(외교중심축의 아시아 이동), 아시아 리밸런싱(재균형) 정책을 추진하면서 베트남과 필리핀 등과 관계를 발전시켜왔다. 이런 것은 분명한 성과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월 “조지 W 부시시대 세계는 미국을 어떻게 길들일 것인가를 고민했지만, 버락 오바마 시대엔 그 반대를 고민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과도한 사변주의를 비판한 바 있는데.

“오바마의 외교정책은 5월 이코노미스트의 비판 이후 터프해졌다. 특히 IS(그는 미국외교전문가들과 같이 IS를 ISIS라고 표현했는데, 공식명칭 IS로 통일함)가 이라크와 시리아를 장악해 들어가면서 미국인을 참수한 이후 뚜렷하게 달라졌다. IS가 이라크와 시리아를 공격하면서 미국 안팎에서 적극적인 개입과 관여를 촉구하자 오바마 대통령도 행동에 나선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과도하게 이라크에 개입하며 전쟁을 한 이후 미국이 세상문제에 좀 덜 관여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고 IS가 중동에 새로운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워싱턴의 정책 입안가들은 물론 사람들은 오바마가 더 관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후 오바마의 외교정책도 점점 강경해지고 있다.”

―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얼마나 지속될 것으로 보는가.

“알 수 없다. IS는 많은 그룹으로 구성됐는데, 현재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IS가 알카에다에 비해 좀 더 진화된 형태이며 이데올로기적으로도 알카에다보다 훨씬 강경하다는 점이다. 수만 명의 전사들이 IS에 참여하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IS가 이라크, 시리아를 물리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IS는 쉽게 풀리지 않을 문제라고 생각한다.”

미드 교수는 인터뷰 직후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가진 전문가 라운드 테이블에서 “IS 세력의 확장은 중동 전체가 시아파 세상이 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수니파의 위기감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1∼2년 내 간단히 끝날 문제가 아니다”면서 “IS의 부상은 중동이 시아파 세상이 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수니파들의 조직적 반발”이라고 해석했다.

아랍세계에서 유지되던 수니파와 시아파의 균형이 2003년 이라크전쟁 이후 무너지면서 이란이 점점 중동의 강자로 부상하는 국면에 대한 우려 속에서 IS가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라크 전쟁 후 미국은 전쟁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이란은 그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사담 후세인 체제 붕괴 이후 이란은 이라크 내 시아파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고, 최근 들어 이란 핵협상이 타결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중동정세가 점점 이란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드 교수는 “중동에 시아파 크레슨트(crescent·초승달) 지도가 그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루트-바그다드-바스라로 이어지는 시아파 벨트가 형성되며 이 같은 시아파 지배에 대한 공포가 극대화하면서 전 세계의 수니파 이슬람들이 IS 쪽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얘기다. 미드 교수는 “아랍의 수니파 관점에서 볼 때 이 같은 상황은 용납하기 힘든 최악의 국면”이라면서 “IS가 급부상한 배경에는 이런 상황에 대한 수니파의 불만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이 이란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보리 상임이사국 및 독일과 협력해 핵협상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대해서도 아랍의 수니파들은 “미국이 이란과 협상하는 것은 중동에서 이란의 헤게모니를 인정해주려는 구상”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란 핵협상의 타결은 이란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고, 이것은 중동에서 이란의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그간 갈등관계였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에 공동의 불안감을 느끼며 긴밀해지고 있는 것도 미국과 이란의 관계개선이 자국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한국은 IS 문제 해결을 위해 뭘 함께 해야 한다고 보는가.

“한국은 세계의 분쟁국 사람들에게 생생한 희망을 줄 수 있는 나라다. 한국은 전쟁으로 완전히 파괴된 상태에서 경제를 일으켜 세웠고, 스스로 힘으로 독재체제를 민주주의로 전환한 나라다. 세계에 한국 같은 나라는 거의 없다. 그만큼 한국의 경험은 희귀하고 소중한 것이다. 세계의 수많은 나라, 중동의 많은 나라가 한국모델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를 배우면 좋을 것 같다. 한국은 굳이 중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대를 파병하거나 공습에 참여할 필요까지는 없다. 오히려 한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 만들어온 생생한 발전의 모델을 중동 각국 사람들에게 전파하며 그 살아 있는 교훈을 전달해주는 게 훨씬 더 생산적일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이라는 거대한 국가 사이에서 경제적 경쟁력을 잃지 않고 국가를 발전시켜왔다. 북한이 반세기 동안 무력충돌을 일삼으며 안보적 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경제성장과 사회안정,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왔다는 점에서 더욱 경이롭다. 한국은 이런 사회 발전과 경제성장의 저력과 비결을 중동에 전파해줬으면 좋겠다. 그게 한국이 중동에 주는 의미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기 중간 선거 이후 과감한 대북정책으로 전환하며 적극적으로 협상했는데 오바마 대통령도 그런 선택을 할 것으로 보는가.

“오바마 대통령이 한반도정책을 크게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겠지만 정책 면에서 크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 같다. 요즘 크리스토퍼 힐 전 대사의 회고록 ‘전초기지(Outpost)’를 읽고 있다. 힐 전 대사는 한반도 부분에서 분명하게 ‘북한이 핵문제 해결에서 진정한 합의를 원치 않았다’고 썼다. 협상이 진전되면서 핵 검증 문제로 나가자 북한이 그것을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핵심 질문은 과연 북한이 핵문제를 논의할 의지가 있는가 하는 것인데, 내 생각에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남북 간에는 간헐적으로 접촉이 진행 중인데.

“북한의 리더십은 과거보다 더 미스터리한 것 같다. 북한지도부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지만, 북한은 주변국들이 자신들에게 계속 관심을 갖고, 자기들이 뭘 할지에 대해 궁금해하기를 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제네바 합의 20주년을 맞아 제네바 합의 성패에 대한 논의가 있는데, 북핵협상 실패는 미국현대외교사 최대의 실책이라고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벨퍼센터 소장이 지적했는데.

“북·미 간에 제네바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제네바 합의의 목표는 북한의 핵포기지만, 중국과 일본 등과 함께 북핵 문제를 진지하게 협의했고,그 과정에서 북핵의 실체를 파악하게 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힐 전 대사도 회고록에서 이런 점을 지적했는데 중국이 북한과 핵협상을 해나가면서 북한의 핵프로그램이 중국에 해로운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공유하게 된 것도 유의미한 성과다.”

―박근혜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반면,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핵폐기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내 북핵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는가.

“오바마 대통령은 아마도 협상을 원하겠지만 그것은 북한이 어떤 자세를 보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북한은 어느 날 협상을 원하다가도 다음 날 협상을 중단할 수도 있다. 북한의 내부에서 어떤 파워게임이 진행될지 지켜봐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단지 북한을 한편으로 밀어놓고, 잊어버리자는 것이라기보다 북한이 어떤 외교를 하려는지 지켜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어려운 국면이고, 한국 정부는 아시안게임 폐회식 때 북한고위층이 깜짝 방문하자 놀랐는데 앞으로 그와 비슷한 일이 또 언제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지난 10월 뉴욕방문 당시 미외교협회(CFR) 인사들과 간담회를 할 때 청와대 측은 한국이 중국에 경도되지 않았다는 발언을 준비한 바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실제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언론 측에 설명하며 해프닝이 벌어진 적이 있다. 이런 논란을 논외로 하더라도, 미 외교전문가 입장에서 박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비해 친중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는가.

“내가 보기에 박근혜정부의 친중 태도는 두드러진 게 아닌 것 같다. 물론 나는 미 정부 당국자는 아니지만, 중국은 미국에 신형대국관계론을 맺으려 하고 있고, 미국은 여전히 그런 중국의 제안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는 중이다. 미·중 간에는 무역거래액이 엄청나고 수십만 명의 중국 학생들이 미국에서 공부하거나 일하고 있고, 정보기술(IT) 분야에도 진출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중관계는 갈등관계라기보다 이미 아주 깊은 협력관계로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미·중관계는 공동의 호혜적인 관계가 상당 부분 구축돼 있다. 이것은 공동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고 상당히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런데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일본은 물론 한국도 약간의 걱정을 하고 있는데, 중국이 제안한 신형대국관계론이 아시아 문제나 다른 문제를 밀실에서 미·중 간에 논의하자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이 요구하는 신형대국관계론을 인정해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베트남도 중국이 미국에 신형대국관계론을 제안한 것에 대해 긴장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배경에는 1930년대에 대한 기억(reminiscent)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은 아시아에서의 먼로독트린을 원한다는 말을 하곤 했다. 다른 말로 하면 일본이 전 세계에 아시아의 대변인과 같은 역할을 하겠으니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관여하지 말라는 얘기다. 미국 등 서방의 모든 파워는 아시아에서 일본의 압도적 우위를 인정하고 아시아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중국의 신형대국관계론은 1930년대 일본의 주장과 아주 비슷하다.”

―탁월한 해석이다. 중국의 신형대국관계론이 1930년대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주장과 유사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아주 유사하다. 중국이 정말 그런 의도로 제안한 것이라면 아주 심각하다. 중국의 신형대국관계론이 일본이 1930년대 주장하던 아시아에서의 먼로독트린과 유사한 것이라면 우리는 수용할 수 없다. 그래서 미국은 지금 중국의 신형대국관계론이 뭘 의미하는 것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부상하면서 보이는 행태에 대해 우려를 하는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동아시아에서 어떤 국가가 유일한 지배적 파워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한국의 입장일 것이다. 나는 동아시아가 장기적으로 유럽처럼 가야 한다고 본다.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독일과 프랑스의 관계 수준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본다.”

―중·일관계가 독일·프랑스 관계처럼 돼야 한다는 것은 현재로선 상상하기조차 힘든 문제인데.

“물론 내일 당장 그렇게 돼야 한다는 게 아니다. 종전 직후인 1945년 독·불관계는 그렇지 않았지만 상황이 변화하면서 관계가 발전해갔다. 우리도 그런 생각을 갖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무역관계를 강화하고 학생들의 교류를 확대하고 먼 후일 좀 더 평화로운 아시아를 위해 중·일관계가 그렇게 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드 교수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전문가 라운드 테이블에서도 “미국의 목표는 중국을 봉쇄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좀 더 긍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2차대전 이전의 독일이 아니라, 2차대전 이후의 독일은 중국에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도 50년 후라면 몰라도 현재로는 상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중·일관계가 아니라 한·일관계가 독·불관계처럼 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것조차도 현재로선 역사적 부채청산이 안돼 어려운 상태다.

“물론 장애물이 많다. 과거사 문제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내가 어렸을 때를 회상해보면, 1860년대 남북전쟁의 상흔을 기억하는 세대가 살고 있었다. 아주 힘든 과정을 거쳐 새로운 세대가 형성되고 그런 역사적 부담을 극복해나가면서 조금씩 관계가 개선돼갔다. 시간은 그런 상처를 치유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내 어머니가 위안부였다고 할 때보다 내 조상이 위안부였다고 할 때는 뉘앙스와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다.”

―중·일관계나 한·일관계 개선은 세대가 바뀌어야 가능해질 것이라는 얘기인데.

“그렇다. 한국의 젊은 층들은 장년층보다는 일본을 그렇게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역사수정주의는 한국의 장년층은 물론 젊은 층에도 상처를 준다.

“아베 총리는 일본 밖에서 별로 인기가 없고 한국이나 중국 등에서 불편해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런데 아시아 국가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 인도나 태국 등 일본과 아픈 역사가 없는 나라들은 아베 총리의 외교에 대해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올 들어 미국과 러시아가 점점 대결 자세를 취하면서 국제적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푸틴의 대서방 구상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푸틴은 아주 영리한(clever) 리더다. 서방 진영 사람들은 그를 과소평가하지만 푸틴은 서방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러시아군은 약한 게 사실이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러시아군과 싸우려 한다면 푸틴은 아마 패배하는 수모를 당할 것이다. 그렇지만 푸틴은 레토릭과 실제 파워의 차이를 아는 사람이고, 우리는 지금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초 러시아와의 관계를 새롭게 하겠다며 리셋(reset) 외교를 주창했는데, 미·러관계가 왜 이렇게 악화된 것인가.

“오바마의 리셋 정책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의 대러 외교는 아주 오래전부터 잘못 진행돼 왔다. 1990년대부터 미국이 러시아의 미래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게 실수다. 1990년대 유럽연합(EU)과 나토가 러시아 코앞까지 확장했다. 구동유럽권국가들이 나토 회원국이 되면서 러시아가 포위되는 형국이 되자 러시아가 반격하면서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러시아인이라고 해도 서방의 그런 시도를 우호적으로 여기기 힘들었을 것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G8에서 축출됐지만 이제 베이징(北京)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호주 브리즈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국제무대에 복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임기 내 푸틴과 관계 개선을 할 수 있을까.

“그러기는 힘들 것 같다. 러시아가 원하지 않을 것 같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하려 할 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 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줄이는 듯한 제스처를 하고 있는데 그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의심이 간다. 아마도 우크라이나 전체를 가지려 하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우크라이나의 동부를 장악하고 컨트롤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의 군사력을 갖고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며 흑해 오데사 인근, 그리고 몰도바 등으로까지 진출하려 할 수도 있다.”

미드 교수는 전문가 라운드 테이블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집념에 대해 언급했다. EU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반격을 보면서 점점 공포에 빠져들고 있는 형국인데 러시아에 우크라이나는 국가적 자존심의 상징이기 때문에 러시아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외교정책이 변화할 것으로 보는가.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 되면 외교정책 면에서 공화당의 견해가 강화될 것이다. 또한 테네시의 밥 코커 상원의원이 외교위원회 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아주 사려 깊은 정치인이다. 국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상원 외교위원장이 되면 위기 국면에서 외교를 방기하지 않을 것이다.”

인터뷰 = 이미숙 국제부장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