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 ‘전셋값 대책’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백약이 무효’라는 말은 요즘 전셋값을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정부가 수 차례 대책을 내놓아도 수도권 주택 전셋값은 오르기만 하기 때문이지요. 전셋값은 서울과 주요 지역 모두 오른 가운데 서초구 아파트가 2년새 평균 4700만 원이나 올랐습니다.

하지만 전셋값 오름세를 누그러뜨릴 하반기 수도권 입주 아파트는 지난해보다 53%나 줄어든 1만1377가구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내년 봄 이사철에 전세대란이 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전셋값 상승이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인 전세가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에 심각성이 있지요. 이른바 ‘깡통주택’(전세 살고 있는 집을 팔아도 전셋값을 돌려받지 못하는 주택) 때문이지요.

우리나라 주택 구입자 대부분은 분양계약 당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합니다. 대출금이 많은 주택의 경우 집값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대출이자를 못 갚을 경우 언제든지 경매를 당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대출이 있는 전세주택은 전셋값이 올라갈수록 깡통주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도권 전셋값은 임대정책을 전면 개편하거나 획기적인 인구 분산 없이는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수도권에 주거 여건이 뛰어난 택지 공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전월세 등 임대수요는 늘고 있기 때문이지요. 전세시장 안정책의 첫 번째는 공공주택 공급인데 전셋값을 잡기 위해 소형 공공임대주택을 초고속으로 지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현 정부의 공약인 행복주택 같은 임대주택을 다량 공급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지지부진할 뿐이지요. 애초에 우리나라 주택정책은 민간 의존형이어서 순수 공공임대 주택보급률은 올해 11월 현재 10%선입니다. 일본, 캐나다, 호주 등이 15~20% 선임을 감안할 때 너무 낮지요.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당장의 대책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 혁신학교를 짓는 등 교육 여건을 대폭 개선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예산을 적극 보조해 민·관 합작의 혁신 교육시설을 건립해 기증하는 방법이지요. 또 빌라 혹은 연립주택의 재발견을 통한 전세주택 공급을 제안합니다. 국민주택기금이나 저리 전세대출 자금 등을 빌라나 연립주택 소유자에게 자금을 보조하거나 지원, 주차장 문제(지하주차장 조성)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깡통주택은 대출이 있는 주택 모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금융권이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시세와 관계없이 감정가 기준으로 경매에 부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정부는 전셋값이 더 급등하기 전에 전세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