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000兆 블루오션 ‘원전해체센터’ 유치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오른쪽부터 차례로 1, 2, 3, 4호기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호기는 지난 2007년 설계수명이 완료됐지만 현재 10년이 연장된 상태다. 앞쪽 파란색 건물은 증기의 힘으로 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시설이다. 고리원자력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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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시설 해체기술 종합 연구센터(원전해체연구센터)’ 유치를 둘러싸고 부산, 울산, 경북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사활을 건 ‘핵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원전 해체기술 종합 연구사업은 향후 예상되는 국내외 원자력발전소 해체에 대비해 필요한 핵심기술의 연구·개발과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시설·장비 등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원전해체연구센터 설립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12월 내에 유치신청 공고를 할 예정이다. 원전해체연구센터 사업은 내년부터 오는 2019년까지 1473억 원을 들여 7550㎡ 규모의 시설을 구축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을 선점하면 국내 원전해체산업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들이 지역 정치권과 함께 벌써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2050년까지 세계 원전해체 시장은 430여 기 1000조 원 규모로 엄청나 한국의 앞선 원전기술을 바탕으로 세계로 진출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인 이들 3개 지자체가 가장 적극적이지만 역시 원전이 있는 전남(영광)을 비롯해 광주, 강원, 전북 등도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부산시 = 부산시와 기장군은 국내 원전 1호기인 고리 1호기의 폐로와 해체 사업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장군은 지난 9월 26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주민과 원전 전문가 등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원전해체연구센터 유치 출범식을 열고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했다. 지난 10월 20일부터 시작한 유치서명운동에는 현재까지 지역 주민 1만5000여 명이 참가했다. 세부 유치전략 수립을 위해 관련 공청회와 세미나도 잇따라 개최할 계획이다. 부지를 이미 확보한 점을 최대 강점으로 들고 있다. 기장군은 현재 건설 중으로 중입자 가속기, 수출용 연구원자로 등이 들어서는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산업단지 내 부지 3만3000㎡를 연구센터 부지로 제공하겠다고 미래부에 제안해 놓은 상태다. 또 부산대에 ‘원전해체연구센터 유치 타당성 및 지역 산업연계 활성화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해 오는 12월쯤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원전 밀집지역인 기장군에는 방사선 의·과학 산업단지 등 관련 시설이 집적돼 있어 최적지”라고 밝혔다. 기장군은 인근에 초대형 관광·쇼핑단지인 동부산 관광단지가 위치해 있고, 대도시 인프라로 연구원들의 정주 여건이 최고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경북도 = 경북도도 원전해체센터가 경주에 들어서지 않으면 ‘원전 보이콧’을 하겠다는 선언까지 할 정도다. 김관용 지사는 “원전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면서도 정부의 지원책이 미흡한 시점에 원전해체센터가 유치되지 않으면 앞으로 예정된 신한울 3·4호기와 영덕의 원전 건설이 중대한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도는 유치의 강점으로 원전해체 필수기관인 원자력환경공단 및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 등 시설의 우위를 들고 있다. 경북은 월성 원전 1호기 등 해체대상 원전을 비롯해 중수로 4기, 경수로 7기 등 11기의 다양한 원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 관련 핵심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의 경주이전, 한국전력기술의 김천혁신도시 이전으로 안전한 해체를 위한 건설, 설계, 정비, 운영 이력에 대한 기술정보를 우선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경북도는 또 지난 1월부터 경북대, 동국대, 조선대, 경희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함께 차세대 제염·해체 원천 기반기술 연구센터도 운영 중이다. 경북도는 원전 해체기술센터 유치를 위해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전력기술, 두산중공업㈜, 포스텍, 동국대, 영남대 등과 산·학·연·관 협력체계 구축도 완료했다. 이와 함께 경주시도 지난 10월 초부터 유치를 위해 범시민 서명운동을 전개해 서명자가 2만 명을 넘어섰다.

◇울산시 = 울산도 반경 30㎞ 내에 고리원전 4기와 신고리원전 6기, 월성원전 6기 등 모두 16기의 원전에 둘러싸여 있는 원전밀집지역이지만 이에 대한 혜택은 전무하다고 강조하며 유치에 나섰다. 울산은 특히 화학, 기계, 로봇, 환경산업 등 탄탄한 원전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는 데다 대학, 연구소 등 원자력 분야 연구기반도 뛰어나 다른 지자체보다 경쟁력이 뛰어나다며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지난 6일 울산시를 비롯해 울주군, 울산과학기술대(UNIST), 울산대,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울산테크노파크, 현대중공업 등 8개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원전해체기술 개발 및 산업육성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 유치 필승카드로 내놓았다. 대학의 원전 관련 연구인력이 개발한 기술을 실제 기업체에서 상용화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곳은 유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기현 시장은 “산·학·연·관 컨소시엄 구성은 세계적인 블루오션 사업인 원전해체기술 분야에 큰 도전을 시작하는 의미가 있다”며 “다른 시·도에서도 유치 의사를 밝혀 치열한 경쟁이 예견되는 만큼 우수한 원전 관련 인프라 등 울산의 강점을 알리는 데 역량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또 정치권에서는 울산시의회가 지난 10월 23일 원전해체연구센터 유치를 위한 원전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울주군 의회도 같은 날 서생면에 원전해체연구센터를 유치해야 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부산·울산·경주 = 김기현·곽시열·박천학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