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대책위 배의철 변호사, 유족에 폭행 당해

세월호 실종자대책위원회 법률대리인인 배의철 변호사가 세월호 가족대책위 간부에게 폭행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 유가족의 대리기사 폭행에 이어 벌어진 이 사건은 유족들을 위해 일해온 변호사가 피해자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11일 전남 진도한국병원에 따르면 배 변호사는 지난 10월 30일 오후 8시 58분 얼굴에 상처를 입은 상태로 내원해 진료 접수를 했다. 그러나 당시 당직의가 외과 의사가 아니어서 배 변호사는 다음 날인 31일 이 병원을 다시 찾아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뒤 주사 및 약물 처방을 받았다. 병원 측은 일단 전치 2주의 상해진단서를 발급한 뒤 3D(3차원) CT 기기가 있는 큰 규모의 큰 병원에 가서 정밀진단을 받을 것을 권했다. 당시 배 변호사는 외견상 왼쪽 눈이 조금 부어 있고 약간의 출혈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관계자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진단은 전치 2주였지만 정밀검사 결과에 따라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가 입은 상처는 이날 오후 5시 30분쯤 팽목항에서 세월호 가족대책위 간부인 최모 씨의 폭행으로 생긴 것이라고 복수의 목격자가 전했다. 이날 배 변호사가 세월호 실종자 및 유가족들을 상대로 한 범정부사고대책본부의 수색상황설명회가 끝나자 “실종자 가족들끼리 회의할 것이 있으니 유족들은 나가달라”고 하자 최 씨가 갑자기 일어서서 배 변호사의 왼쪽 뺨을 때렸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한 인사는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실종자 회의 결과가 언론에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실종자 가족 외 다른 유족들에게 나가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 특위 소속인 배 변호사는 사건 경위를 대한변협에 알렸으며, 변협 측도 자체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변호사는 서울에서 며칠 더 머문 뒤 지난 주말과 휴일에도 다시 진도에 와서 실종자 가족들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종자 가족들과는 최대한 얼굴이 마주치는 것을 피하고 여러 가지 사안을 조율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배 변호사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그림자처럼 활동할 뿐’이라고 자신의 활동상황을 밝혔다.

배 변호사와 실종자·유족들의 사정에 밝은 한 자원봉사자는 “최 씨가 배 변호사에게 공식 사과했고, 배 변호사가 최 씨를 용서했다”며 “배 변호사도 이 문제가 더 번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도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