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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오른쪽 세 번째) 미국 대통령이 10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정상급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미국과 중국 등 주요 2개국(G2)이 군사·안보 분야가 아닌 경제영역에서 치열한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러시아, 중남미 등 권역별로 활발한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경제블록을 넓히는 경제영토 확장 싸움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11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시아 경제동맹을 구축하려는 야심을 드러냈고, 미국은 아시아지역에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등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이라고도 불리는 세계 경제 블록 간 경제영토 전쟁의 현황을 살펴본다.
1 경제블록을 만드는 이유
선진국들은 비슷한 국가와 FTA 체결을 통해 넓은 시장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애쓰고 있다. 선진국들은 저성장과 저고용이라는 2대 경제 악재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FTA를 선호하고 있다. FTA를 고집하는 이유는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전 세계를 아우르는 무역질서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와 도하개발어젠다(DDA) 추진 등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의견 차 때문에 표류 중인 상황에서 자연히 각국들은 개별통상 조약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FTA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면서 블록 간 주도권을 잡아야 그만큼 경제적 이득이 커진다는 계산에서 경제블록의 영역 확대를 계속하고 있다.
2 블록 간 영토전쟁 어디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경제패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EU와 러시아가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EU는 동유럽의 EU 미가입국과 옛 소련의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를 대상으로 활발한 FTA를 추진 중이다. 반면 러시아는 CIS 국가를 끌어들여 유라시아경제연합을 출범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분쟁이 이 같은 두 세력권이 충돌하면서 더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남미에서는 멕시코, 칠레, 콜롬비아, 페루 등이 참여하는 신흥 경제블록 태평양동맹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남미 공동시장(메르코수르)을 위협하고 있다.
3 왜 아시아인가
중국의 패권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기본적 전략 외에 아시아 시장의 무서운 성장세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은 아시아경제를 하나로 이어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려 하고 있다. FTA보다 개방 수위가 높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통해 경제 자유도가 높은 미국에 유리한 시장환경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아시아 국가들과 근거리라는 이점을 살리려 하고 있다. 자원이 많은 회원국의 원자재와 그것으로 중간재를 만든 국가의 기술력, 최종재조립과 유통을 담당하는 국가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4 中 전략의 노림수는
이번 APEC의 회의 주제어인 ‘아시아·태평양의 꿈(亞太夢想)’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은 군사뿐 아니라 미국을 견제하면서 경제분야에서도 아시아 공동운명체를 결성하고 주도하는 맹주가 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아태 지역에서 동남아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및 한국과 FTA를 각각 체결하거나 체결이 임박했다. 호주와 FTA를 맺으면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아태 주요국을 FTA로 묶는 셈이다.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신(新)실크로드 구상(육·해상 실크로드 연결)’까지 추진해 동남아와 중앙아시아를 중국의 경제 영토로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5 미·중간 패권 견제전략
미국은 이런 중국에 맞서 APEC에 참석한 일본, 호주, 멕시코 등 12개국 정상들과 베이징의 미국 대사관에서 만나 TPP를 조기에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중동·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다소 소홀했던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로의 외교중심축 이동) 정책’의 고삐를 TPP 체결로 바짝 조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 중국이 500억 달러(약 52조 원)를 종잣돈으로 내놓으면서 미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지 말 것을 한국과 호주 등에 요구하는 등 압박도 가하고 있다.
미국이 호주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우방인 호주·일본과 7년 만에 3국 정상회담을 하는 것도 결국은 중국의 ‘아태굴기(亞太굴起)’에 맞서 지역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6 TPP·RCEP·FTAAP란
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및 FTAAP는 모두 동아시아경제통합 및 무역자유화를 실현하기 위해 추진됐지만, 세부 내용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3개 협정의 참여국을 살펴보면, 미국 중심의 TPP의 경우 캐나다, 멕시코를 포함한 12개국, RCEP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16개국이다. 이에 FTAAP는 APEC 21개국을 대상으로 한 가장 거대한 경제 블록이다.
한국의 경우 RCEP 협상 참여국이자 FTAAP 논의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나, 아직 정식 TPP 참여국은 아닌 상태다. 다만 TPP 및 RCEP가 매우 구체적인 참여국 간 협상을 전제로 진행되고 있지만 FTAAP의 경우 현재 매우 초보적인 단계의 논의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난 베이징 APEC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베이징 로드맵’에서도 FTAAP 실현을 위한 공동전략연구를 추진하기로 합의하는 등 아직 구체적인 협상에 진입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7 TPP의 의미와 향방은
FTA가 양자차원의 상품분야 관세철폐 효과에 집중한다면, TPP는 복수국 간의 상품, 서비스·투자, 정부조달뿐만 아니라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개발, 환경, 규제조화, 중소기업 등 다양한 신 통상 의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TPP 역내 글로벌가치사슬의 확대와 강화를 견인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TPP 참여국들은 지난 11월 베이징파푸아뉴기니 TPP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TPP 협상의 ‘상당한 진전(significant progress)’을 확인했고, TPP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8 RCEP 의의와 논의내용
RCEP는 아세안 10개국(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베트남, 브루나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및 아세안과 FTA를 체결한 6개국(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총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WTO DDA 협상 부진으로 2000년대 이후 양자 FTA가 급증했지만 최근 지역 차원의 경제통합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다.
미국 주도의 TPP, 중국 주도의 중화권 FTA(홍콩, 마카오, 대만) 및 한·중·일 FTA 추진으로 동아시아 지역 내에서도 경제통합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아세안 차원에서 아세안과 FTA를 체결한 6개국과 지역 경제통합 모색의 장을 마련한 것이 바로 RCEP이다. 2012년 11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협상 개시를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2차례 장관회의, 5차례 공식협상을 진행했다.
9 FTAAP 中 주도 의의
FTAAP는 APEC 21개 회원국을 FTA를 통해 하나의 경제 블록화 하자는 구상으로, 2004년 APEC 기업인 자문위원회에서 처음 제안됐다. 2006년 하노이 정상회의에서 APEC 정상의제로 채택된 이래 FTAAP는 장기적 목표차원에서 개도국의 역량강화 사업 등을 중심으로 추진됐으나, 올해 APEC 의장국인 중국이 ‘실크로드 전략’의 목적으로 FTAAP를 핵심 의제로 강조했다.
이에 지난 10일 베이징 APEC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FTAAP 구축을 위한 베이징 로드맵을 채택했다. FTAAP는 기본적으로 아태지역경제통합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미·중 간의 세력다툼 차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중국이 FTAAP를 끊임없이 강조하는 의도는 동아시아 지역 통합이 미국 주도의 TPP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10 우리 정부 입장은
정부는 이미 구축된 FTA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통합시장과 미국 주도 환태평양 통합시장을 연결하는 ‘핵심축(linchpin)’ 구실을 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RCEP는 16개국이 참여해 상품, 서비스, 투자 및 여타 규범 분야를 망라하는 포괄적이며 높은 수준의 경제 통합체가 될 수 있도록 이바지할 계획이다. 한·중·일 FTA와 RCEP를 연계해 중국, 일본과 함께 RCEP 협상을 주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또 정부는 아태지역 최대 경제통합논의체인 TPP에의 참여 가능성 모색 차원에서 지난해 11월 TPP 관심표명을 대외에 발표했다. 이후 TPP 참여국과의 예비 양자협의, 산업별·분야별 심층영향분석,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작업 등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FTAAP 자체가 TPP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닌 이를 포괄하는 큰 틀의 다자 FTA인 만큼 한·중 FTA, RCEP, TPP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FTAAP로 나아가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방승배·박민철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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