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천재 피아니스트 유예은 양이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양재동 한 음악학원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한국의 모차르트’ 불려
레슨 받으러 2시간 이동
작곡·즉흥연주 뛰어난데
전문교육 받을 엄두 못내
시각장애인 천재 피아니스트로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주목을 받았던 유예은(12) 양이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제대로 된 음악 전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양재동 한 음악학원에서 만난 예은이는 몹시 피곤한 얼굴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피아노 레슨을 받기 위해 경기 포천시 자작동에서 차를 타고 2시간 거리를 이동해 오기 때문이다. 예은이는 그러나 낯선 사람과 만난 느낌을 표현해 보라는 피아니스트 최원선(여·36) 씨의 주문에 망설임 없이 즉흥연주를 이어갔다. 최 씨는 “한번 음악을 들으면 이를 곧바로 외워 연주한다”고 칭찬했다.
예은이는 5세이던 2007년 국내 공중파 방송에 시각장애인 천재 피아니스트로 소개되면서 주목받았다. 해외 주요 방송에서도 예은이를 ‘한국의 모차르트’라고 소개하며 찬사를 이어갔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 속에서 재능을 키워갈 줄만 알았던 예은이의 천재성은 장애와 함께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에 발목이 잡혔다.
예은이는 2002년 선천성 시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뒤 곧바로 부모에게서 버림받았다. 이후 사회복지사 출신으로 포천시에서 장애인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순(여·43) 씨와 전신지체장애 1급인 아버지 유장주(46) 씨 부부에게 입양됐고, 장애인시설에서 8명의 장애인 및 양부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현재는 예은이의 천재성을 알아본 피아니스트 최 씨가 약 8개월 전부터 레슨비를 거의 받지 않고 가르치고 있지만,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레슨을 받기는 어렵다. 한번 레슨 받으러 가기 위해 포천에서 서울로 2시간을 이동해야 하는데, 보호자 동행이 반드시 필요한 예은이를 엄마 박 씨가 매일 데리고 다닐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예은이는 집에서 밤낮으로 연습하며 실력을 키워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은이의 집에 있는 피아노는 7년 전 후원을 받은 것인 데다 정기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음정이 맞지 않을 정도로 엉망인 상태다.
예은이가 가장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는 부분은 작곡과 즉흥연주 분야다. 시각적 제한이 있는 예은이의 경우 기술적인 부분은 다른 아이들보다 떨어질 수 있지만, 즉흥연주와 작곡 등 창의력이 발휘되는 부분에 큰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어머니 박 씨는 “좋은 작곡 선생님이 있다는 소개는 많이 받지만, 피아노 레슨도 돈을 다 내지 못하고 있는데 작곡 수업은 꿈도 못 꾸고 있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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