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경찰위 늑장 인사’ 靑 두둔하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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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위원회가 100일 동안 공백 상태로 방치돼 있다가 지난 17일에서야 뒤늦게 위원이 선임됐다.(문화일보 14일자 1·2면 참조)

3개월 넘는 사상 초유의 위원회 공백 사태를 두고, 경찰청은 ‘청와대’를 두둔하기 바빴다. 홍익태 경찰청 차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위원 임기가 만료되고, 인선 작업 과정에서 성낙인 전 위원장이 사퇴했다. 그러다 보니 검증절차가 길어진 것으로, 일부러 늦게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성 전 위원장의 사퇴와 장기간 공백 사태 간에는 인과관계가 없다. 경찰청은 8월 10일 민간위원 5명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 6월 25일 일찌감치 위원 정원의 3배가량인 15명의 후보 명단을 청와대에 제출했다. 성 전 위원장이 8월 1일 사퇴했고, 경찰청은 5일 뒤인 8월 6일 후보군을 소폭 수정해 다시 청와대에 제출했다. 그 이후 청와대는 3개월 넘게 인사를 미뤘다. 결국 이번 사태의 원인은 성 전 위원장의 급작스러운 사퇴가 아닌, 청와대의 고질적 ‘늑장 인사’인 데도 경찰은 청와대를 감싸기 위해서인지 얼토당토않은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홍 차장은 혹시나 청와대 책임론이 제기될 것을 우려한 듯 초유의 공백사태에 대해 “(인사가)오래 걸린 것 말고는, 특별한 사안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법 9조에 따르면, 위원회는 경찰 인사·예산·장비·통신 등 주요 정책, 인권보호·경찰의 부패방지·청렴도 향상 등 경찰 대부분의 업무를 심의·의결하는 중요한 기구다. 경찰을 견제하기 위한 기구의 공백 사태가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경찰의 설명을 국민들이 ‘견제를 받지 않으니까 좋다’는 말로 받아들이게 될까 우려된다. 견제받지 않은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과공(過恭)은 비례(非禮)다.

손기은 사회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