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새해 예산안 확정되면… 집행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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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9월 말 국회에 376조 원 규모의 ‘2015년도 예산안’을 제출했다. 국회는 정부가 만든 예산안을 바탕으로 6일부터 본격적인 예산안 심사에 들어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내의 예산안 조정소위원회가 16일부터 30일까지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에서 불필요한 부분은 깎고(삭감), 부족한 부분은 채우는(증액) 작업을 마무리하면 내년도 예산안이 최종 확정된다. 법정시한인 12월 2일을 넘기지 않는다는 게 올해 정부의 목표인데 예년과 달리 예산국회가 순항할지 주목된다. 예산안이 확정되면 실제 예산은 어떤 과정을 통해 집행될까?

◇ 단기·중기·장기 계획 세워 배정하고 집행…하루 평균 5000억 원씩 인출 = 예산집행의 사전적인 의미는 국가의 수입 및 지출을 실행하고 관리하는 행위다. 국회가 의결한 세입, 세출 예산을 그대로 실행하는 것에 더불어 예산편성 때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가 발생하면 이에 대응하는 행위까지 포함한다.

나라살림을 총괄하는 중앙부처가 바로 기획재정부인데 기재부에 따르면 예산집행은 크게 예산배정→자금배정→실제지출의 과정으로 이뤄진다. 국회 승인으로 내년도 예산안이 확정되면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1월 2일부터 당장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가계가 가계부를 써서 지출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정부도 집행에 앞서 단기, 중기, 장기 등 기간별로 나눠 촘촘하게 지출 계획을 세운다. 이 과정에서 기간별로 수입(세수)과 지출을 감안해 부족하면 얼마나 돈을 빌려야 할지 자금조달 계획도 짜둔다. 자금이 부족하면 적자국채를 발행하거나 한국은행에서 돈을 빌려오기도 한다.

국회가 연말 예산안 확정작업을 하는 동안 기재부 예산실은 3개월 단위의 예산배정계획을 마련한다. 예산안이 연간단위 계획이라면 예산배정계획은 분기별 계획인 셈이다. 예를 들어 1년 예산이 100억 원으로 잡혀 있다면 1분기 25억 원, 2분기 30억 원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분기별 한도액을 설정한다. 분기별 한도액을 두는 것은 각 행정기관들이 배정된 자금을 한꺼번에 모두 지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예산배정계획은 연초 국무회의에서 심의해 의결한다.

다음으로 자금배정계획은 기재부 국고국이 담당하는데 자금배정은 월별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예산실이 1분기 25억 원의 한도를 설정했다면 국고국이 월별 세수 등을 감안해 1월 5억 원, 2월 10억 원, 3월 10억 원씩 배분하는 작업을 한다. 기재부가 월별자금계획서 지침을 산업통상자원부 같은 중앙부처에 전달하면 해당 부처는 1개월 단위의 자금계획서를 만들어 기재부에 다시 제출하고 기재부 국고국이 이를 취합해 월별자금계획을 만든다. 분기별 및 월별 배정 계획은 집행에 차질이 없도록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월 2일 전까지 작성해 둔다.

꼼꼼한 주부가 매일 가계부를 적듯이 정부도 5일 단위의 좀 더 세분화된 계획인 월별세부자금계획을 세운다. 중앙부처가 매월 마지막 주까지 다음 달 월별세부자금계획을 세워서 가지고 오면 기재부 국고국이 이를 취합하고 조정한다. 예컨대 해양수산부가 2월 1∼5일 10억 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국고국이 자금 조달여건 등에 따라 8억 원을 배정하는 식이다.

이렇게 계획이 완성되면 한은에 이 같은 내용이 통보된다. 우리가 시중은행에 월급통장을 만드는 것처럼 정부는 예산 입출금을 위한 계좌를 중앙은행인 한은에 개설해 놨기 때문이다.

나라살림 규모가 큰 만큼 이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하루 평균 5000억 원에서 많을 때는 1조 원 가까이 된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유휴자금의 경우 금융기관에 위탁운용, 이자수입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들어온 만큼 빠져나가기 때문에 많지는 않다고 한다.

실제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은 자금배정 범위 내에서 각 부처단위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국토교통부가 1분기에 고속도로를 건설한다고 가정하면 국토부는 공사를 담당할 건설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공사가 진행된다. 국토부가 국가재정정보시스템인 ‘디브레인’을 통해 고속도로 건설에 따른 비용을 한은에 통보하게 되고 한은이 채권자인 건설사 예금계좌에 해당 금액을 이체한다. 과거에는 정부가 국고금을 지급하는 기본수단으로 국고수표를 별도로 발행했는데 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02년 말 국고수표가 폐지되고 전자이체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 집행 제대로 되는지 점검도 =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중간중간 점검하는 역할은 기재부 재정관리국이 담당한다. 특히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자리,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서민생활 안정 사업 등을 중점적으로 관리한다. 매달 한 번씩 중앙부처를 모아 재정관리점검회의를 열고 주요 사업들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지 살핀다.

기재부는 지난 10월 말에도 재정관리점검회의를 열고 올 3분기 현재 재정집행 실적이 76%라고 밝힌 바 있다. 집행이 부진하거나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현장점검을 하고 예산낭비 사례 신고를 받아 조치한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