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車’가 되는 첫번째 키워드…‘車名’

현대자동차는 지난 10월 말 출시한 중대형 신차(프로젝트명 AG)의 이름을 터키어로 ‘사자’를 뜻하는 ‘아슬란(ASLAN)’으로 확정했다. 현대차는 동물의 제왕 사자처럼 당당하고 품격있는 외관, 안정적인 승차감과 정숙성을 동시에 지닌 신차의 특징을 사자에 투영해 차명을 아슬란으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아슬란처럼 자동차 이름은 완성차업체가 차에 담고자 하는 이미지나 특징을 소비자에게 가장 먼저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각 완성차업체는 차의 이름을 정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신차 출시 15∼18개월 전부터 차급 및 상품성 등을 고려해 차명 선정 작업에 들어간다. 1단계로는 사내 공모나 전문업체 의뢰 등을 통해 20∼30개가량의 후보군을 선정하는 작업을 한다. 이후 선정된 1차 후보군을 대상으로 상품기획이나 마케팅, 판매 관련 부서들의 투표가 진행된다. 투표를 통해 많은 표를 얻은 10개 정도의 후보군과 기타 추가 제안 등을 종합해 다시 2차 투표가 진행되고 5∼6개 정도의 안이 최종 선정돼 경영진에 보고된다. 이후 최종적으로 차명이 선정되는데 신차 출시 6∼7개월 전까지는 차명 선정을 완료하고 엠블럼 제작 등에 착수한다. 이에 따라 차명 선정 기간은 8∼12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아슬란의 경우 새로운 차급의 신차였기 때문에 이름을 정하는 데 18개월가량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동물이나 지명, 지향하는 가치 등과 관련된 용어들 가운데 쉬운 의미의 자연어 위주로 검토하되 차급에 걸맞은 중후함과 깊이가 느껴지는 키워드를 찾는 작업이 계속 진행됐다”고 말했다.

각 자동차업체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차명은 크게 동물 이름이나 지명, 신화 속 이름, 음악 용어, 지향하는 가치, 알파벳과 숫자 조합(알파뉴메릭) 등으로 구분된다. 먼저 아슬란처럼 동물 이름을 활용한 사례가 많은데 말처럼 잘 달리는 동물들이 가장 많이 채택된다. 현대차의 플래그십(기함) 모델인 ‘에쿠스(EQUUS)’는 라틴어로 개선장군이 타는 말 혹은 마차라는 의미다. 최초의 국산 차였던 현대차 ‘포니(Pony)’ 역시 영어로 작은 말을 뜻했고 수입 차 중에는 포드 ‘머스탱(Mustang)’이 야생마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올해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폭스바겐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구안(Tiguan)’은 호랑이(tiger)의 힘과 이구아나(iguana)의 민첩성을 갖춘 차라는 의미의 합성어이며, 포르쉐 ‘마칸(Macan)’ 역시 인도네시아어로 호랑이를 가리킨다. 람보르기니는 전설적인 투우 소의 이름을 따 스포츠카의 강력한 동력성능을 대변한다.

바람이나 부족, 도시명 등의 고유명사를 따온 경우도 많다. 폭스바겐은 전통적으로 모델 이름을 정할 때 바람의 이름을 많이 빌렸다. 해치백의 대명사로 꼽히는 ‘골프(Golf)’는 멕시코만에서 부는 강한 바람인 걸프 스트림에서 따온 이름이며 ‘폴로(Polo)’는 북극에서 불어오는 강한 찬바람을 뜻한다.

반면 지난 11일 출시된 닛산의 신형 SUV ‘캐시카이(Qashqai)’는 이란의 한 유목민족의 이름을 붙여 도전정신, 강인함 등을 담고자 했으며 폭스바겐 ‘투아렉(Touareg)’은 북아프리카의 용맹한 부족 이름이다. 이밖에 현대차 ‘투싼(Tucson)’과 ‘싼타페(Santa Fe)’, 한국지엠 ‘말리부(Malibu)’ 등은 미국 서부의 지명이며, 기아차 ‘쏘렌토(Sorento)’와 닛산 ‘무라노(Murano)’는 이탈리아의 지역명이다.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기아차, 르노삼성차 등은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하는 알파뉴메릭 방식을 활용한다. 차급을 뜻하는 알파벳이나 숫자 뒤에 배기량, 엔진 종류 등을 나타내는 단어를 붙여 이름만으로 차의 크기와 배기량 등을 손쉽게 알 수 있다.

국산차 업체인 기아차는 ‘K’를, 르노삼성차는 ‘SM’을 앞에 붙이는 방식으로 알파뉴메릭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