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삶을 바꾼다>“문화 분야 다보스포럼 추진… 지구촌 삶 풍요롭게 만들 것”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은 “문화융성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국민의 참여”라며 “삶을 풍요롭게 가꾸기 위해 시간을 내서 책을 많이 읽고 영화, 공연, 전시 등도 많이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곽성호 기자 tray92@

“경제 분야의 ‘다보스포럼’ 같은 세계문화정상회의(World Culture Summit)를 추진 중입니다.”

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광주에 아시아문화전당을 개관한 후 이곳에서 매년 세계문화정상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계문화정상회의에서는 전 세계 정상들이 모여 각국 문화의 가치를 조명하고, 이를 통해 지구촌 고통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화융성위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기조로 내세운 ‘문화융성’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된 자문기구로, 지난해 7월 19일 김 위원장과 20여 명의 민간위원을 위촉한 후 같은 달 25일 정식 출범했다. 김 위원장은 “문화, 예술을 국민의 생활 속에 뿌리내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문화융성의 기본 개념”이라며 “문화융성위에서는 문화적 가치를 확산시키고, 국민의 문화적 권리를 보장하며, 문화 진흥을 위한 정책 수립과 시행에 관해 대통령께 조언하고, 각 부처의 문화정책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융성위에서는 지난해 8월 한 달간 전국 광역시를 돌며 토론회를 개최해 문화예술계 원로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이를 바탕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해법을 모색해 ‘문화융성의 시대를 열다-문화가 있는 삶’ 8대 정책과제를 선정, 같은 해 10월 25일 2차 회의에서 대통령에게 이 내용을 보고했다.

8대 정책과제는 △인문(人文)정신의 가치 정립과 확산 △전통문화의 생활화와 현대적 접목 △생활 속 문화 확산 △지역 문화의 자생력 강화 △예술 진흥 생태계 형성 △창의 문화산업의 방향성 제시 △국내외 문화적 가치 확산 △국민통합 구심점으로서의 ‘아리랑’ 활용 등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전통가치를 재조명하고 실천하는 내용으로 8대 정책과제를 정했다”며 “세월호 참사로 실종된 국민의 가치관을 다시 정립하고 전통문화를 진흥하며 학교에서 문화예술 교육을 강화하는 것 등이 골자”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또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한 우리 국민의 장점을 살려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이 콘텐츠를 산업화하는 것도 포함됐다”며 “전체 문화콘텐츠 기업 중 10인이 10억 원 미만의 자본으로 1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10-10-10 기업)이 98%에 달하는데 이 기업들이 바라는 바가 뭔지를 알기 위해 현장 실태 조사를 벌였다”고 덧붙였다.

문화융성위는 국민들이 일상에서 문화를 접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마련했다. 김 위원장은 “‘문화가 있는 날’을 통해 국민들의 문화 접근성을 높였고, 오지와 낙도 사람들도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찾아가는 문화예술 활동을 대폭 강화했다”며 “특히 지난해 말 지역문화진흥법을 제정했으며 문화기본법도 국회에서 통과돼 이를 바탕으로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한 장기 계획을 수립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도시재생, 문화마을 등 지역마다 자생적으로 다양한 문화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지역 문화 커뮤니티를 적극 지원해 이를 바탕으로 국가 문화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초 문화융성위 출범 2년 차를 열며 “앞선 정보기술(IT)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민 누구나 문화를 향유하고, 이를 발판으로 우리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에 널리 퍼질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대해 그는 “지난해 기준으로 문화콘텐츠산업 총 매출액은 7대 강국에 들어갔지만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7%밖에 안 된다”며 “국내 콘텐츠 기업들은 아직 영세한 규모로, 아이디어와 상상력으로 도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자금 대출, 규제 철폐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중국 문화부가 양국 문화콘텐츠 협력·발전을 위해 2000억 원 규모의 국제 합작펀드를 조성키로 했으며 200억 원대의 ‘10-10-10 기업 지원 펀드’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 콘텐츠산업은 지난 5∼6년간 매년 평균 7% 성장했다”며 “이렇게 성장 속도가 빠르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산업을 과감하게 지원해야 우리나라에서도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와 같이 젊은 나이에 세계적인 기업가로 성장하는 사람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30대 젊은이 중 게이츠나 잡스 같은 기업인이 나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교육제도를 꼽았다. 김 위원장은 “인문학과 예능 교육을 어린 시절부터 배우게 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또 지난 7월 한국콘텐츠진흥원, 민간 기업과 함께 작가와 음악인, 게임 프로그래머, 컴퓨터 전문가 등 젊은이들이 모여 융합적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크레이지 크리에이티브 캠프(Crazy Creative Camp)를 열었고, 12월에 2차 캠프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융성을 도모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예산 불균형이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다. 그는 “복지 쪽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다 보니 문화 예산이 밀리는 경향이 있다”며 “문화융성위는 정책 집행기관이 아닌 자문기구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지만 문화예산 2%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문화융성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국민의 참여”라며 “삶을 풍요롭게 가꾸기 위해 시간을 내서 책을 많이 읽고 영화, 공연, 전시 등도 많이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