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드라마 ‘정도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 ‘명량’.
옛기록과 옛이야기는 문화의 보물 상자이다. 역사물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데다 드라마 ‘정도전’, 영화 ‘명량’의 메가 히트로 그 어느 때보다 역사물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전통소재들을 어떻게 현대적인 문화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가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사편찬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국학진흥원,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국학 관련 5개 기관이 20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마련한 ‘인문정신과 전통 창작소재 국제 콘퍼런스’가 그것이다.
이들 5개 기관은 지난해 전통 창작 소재를 제공하는 기관들 간 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협의체를 구성한 데 이어 이번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소설, 드라마, 테마파크, 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역사적 기록을 어떻게 문화 상품으로 만들었는가에 대한 노하우를 전했다.
◇인물기록이 소설로 = 소설가 성석제는 장편 ‘인간의 힘’(2003) 등을 예로 들어 옛기록이 어떻게 소설이 됐는지를 풀어냈다. ‘인간의 힘’은 조선 선비 오봉 채동구의 삶을 저자 특유의 재치있는 입담과 예리한 풍자로 풀어낸 작품이다. 작가는 고향의 역사와 인물, 사회와 문화의 변천상을 집대성한 상주지(尙州誌)나 각 집안의 자료를 토대로 만든 인물지(人物誌)를 보면서 우리 역사에 대한 아름다운 단초들을 보았다고 말했다. 중앙의 공식 기록보다 변두리와 시골의 향토지, 문집에서 인간의 향기를 훨씬 더 강하게 느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오봉선생실기(채광식 역편·인천 채씨 경헌공파 종문 1989)’가 눈에 띈 것은 큰 행운이었다. 16세기 말에 태어난 실기의 주인공은 저자의 외가 쪽 십몇대 조상으로 전형적인 시골 양반이었지만, 작가는 오봉 선생에게서 이름없는 민중의 일원으로 스스로 인간임을 자각해 가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당연히 그는 오봉 선생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 시작한다.
물론 소설 주인공과 실제 오봉 선생의 삶은 전적으로 일치하지 않고, 작가는 필요한 경우에만 행장과 역사의 기록을 가져왔다. 하지만 결국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한 것은 기록이고, 이를 뼈대로 거대한 허구의 세계를 만드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역사가 만화로 = 10년 작업을 통해 조선왕조 500년 역사를 만화(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에 담아낸 만화가 박시백 역시 이 경험을 바탕으로 ‘조선왕조실록의 가치와 현황 그리고 활용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 작가는 사극 ‘왕과 비’(1998∼2000)를 보고 조선사에 관심을 갖게 돼 조선사, 특히 조선 정치사를 만화로 만들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작업을 가능하게 만든 직접적 계기는 때마침 국역된 조선왕조실록이었다. 그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고, 이에 기초해 왕조사를 만화로 풀어내기로 결심했고, 실록을 공부하고 이를 노트에 정리한 뒤 얼개를 짜고 구성한 후 콘티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권력자의 간섭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엄정함, 사관의 주관과 당파성에도 진실에 접근하는 팩트의 풍부함에 놀랐다”고 했다. 박 작가의 작업은 결국 이같이 원전을 대중들이 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현실을 투영한 역사 드라마 = 대하사극 ‘정도전’의 작가 정현민은 ‘정도전’을 중심으로 ‘전통 기록 자료 콘텐츠의 성공요건과 콘텐츠 제작 전략’에 대해 조언했다. 드라마 ‘정도전’으로 사극 열풍을 일으킨 그는 역사 드라마의 최대 강점이자 성공 지점은 ‘새로우면서도 익숙한 이야기’라고 했다. 이 상반된 개념을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을까. 정 작가는 소재적인 면에서는 새로움, 공감의 측면에서는 익숙함을 부여할 수 있다며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전통기록 자료에 기초한 역사물이라고 밝혔다.
전통 기록자료는 과거의 사상, 관습, 행동 등을 담은 것으로 현대인에게는 생경한 느낌을 선사한다. 하지만 조금 더 넓게 보면 과거는 현재와 맞닿아 있기에 익숙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통 기록 자료야말로 새롭고도 익숙한 이야기의 원형이라고 규정한다.
이들과 함께 세계적인 역사 테마파크 ‘퓌뒤푸’의 프로젝트 매니저 에르완 드 라 빌레옹, 미국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제작사 ‘미디어라이트캐피털’의 조 힙스 부사장도 옛기록을 현대화·대중화하는 데 필요한 전략을 들려준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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