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경제, 사회적 기업 1000개 시대>“영리 기업도 사회적 가치 창출해야 경쟁력 높아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역삼동 포스코 P&S에서 열린 ‘2014년 브릿지 토크’에서 김재구(가운데)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과 이윤철(왼쪽)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이 ‘기업공유가치창출(CSV)과 사회적기업’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제공

“자본주의 양 극단에 있던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점점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충족은 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14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최한 ‘2014년 브릿지 토크’에서 김재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은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가치와 함께 수익성도 추구하는 만큼 일반 기업도 이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도입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브릿지 토크는 지난 1년 동안 일반 기업과 사회적 기업이 협력하는 ‘1사(社)1사회적기업’ 캠페인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첫 번째 세션에서 김재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과 이윤철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은 ‘기업공유가치창출(CSV)과 사회적기업’을 주제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CSV는 세상이 원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면서 기업 자체도 직간접적 이익을 얻는 경영원리를 의미한다. 기업이 사회적기업 등 여러 사회주체와 창의적인 방식으로 협업하면서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 원장은 “이제는 사회공헌 활동을 안 하면 욕먹는 시대가 되었는데 핵심은 진정성”이라며 “기업도 사회공헌 활동을 할 때 활동의 효과가 지속가능하다는 점을 느껴야 진정성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은 기업으로서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사회적 가치를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CSV의 적절한 대상이 될 수 있다.

김 원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낙후된 지역에서 사회적기업이 먼저 성과를 낸 뒤 기업들이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의 사회적기업도 여러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일반 기업의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윤철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은 CSV가 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높이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기업은 생산성은 좋지만 브랜드 가치가 약한 측면이 있다”며 “발전속도가 빨라서 윤리 의식이 약해졌던 탓”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성장에 집중하다 보니 공정거래와 협력, 사회환원 등 분야에 취약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절감한 기업들은 저마다 사회공헌 담당 부서를 두고 여러 시민단체(NGO)와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 이사장은 “하지만 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들을 만나보면 많은 NGO가 기업 돈을 빼앗아 간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NGO나 사회활동기관이 수익 창출 모델 없이 기업 지원에 의존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돈 많은 기업이 기부해야 한다는 논리 자체가 기업의 자발적인 사회공헌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의 자발적인 사회공헌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주창한 CVS가 그 답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포터 교수는 기업이 수익 창출 이후 사회공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는 갈수록 기업에 담긴 가치와 영혼, 사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원하게 되고, 윤리경영을 통해 이런 지점을 충족하는 전략을 펴야 존속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사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기업의 경쟁력 확보, 효율성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교수였다”며 “경영의 효율성을 가장 중시하던 학자조차 CSV로 돌아섰다는 것이 상당히 상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만큼 우리 시대에 기업의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가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김재구 원장은 사회적기업가의 창조적인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선한 일을 하면서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게 쉽지는 않다”며 “그럼에도 양 극단의 가치가 충돌할 때 창조적인 가치가 창출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사회적기업이 생존에 있어 열악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사회적기업의 근로자 60%는 취약계층이고, CEO 중 50% 이상이 NGO 출신으로 경영 관련 전문성 부분에서 약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태일 열사도 생전에 근로기준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대학생 친구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고 한다”며 “사회적기업가에게 열린 마음으로 멘토링·컨설팅 해주는 지원책이 충분해야 눈에 보이는 성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애로사항에도 사회적기업의 생존율이 예상보다 높다는 점을 언급했다. 인건비, 사업자금 등 3년 정도의 초기 지원이 종료된 후에도 사회적기업의 90% 이상이 생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일반 자영업자의 3년 내 폐업률은 60%에 달하고 5년 내 폐업률은 80% 이상”이라며 “사회적기업가들이 적절하게 초기자본을 활용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