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손녀 협박해 ‘유사 性행위’ 시킨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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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에 불과한 의붓손녀를 협박해 유사성행위를 한 패륜 할아버지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은 기각되면서 애매한 관련 기준과 유사 사안을 재판부마다 다르게 판단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패륜 할아버지 징역 6년, 신상공개는 기각 =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 김종근)는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모(53)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2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고 24일 밝혔다.

한 씨는 지난 2012년 3월 서울 영등포구 자신의 집 욕실에서 바지를 벗고 의붓손녀 A 양을 협박해 유사성행위를 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1심은 징역 6년을 선고하면서도 신상공개·고지는 기각 결정했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고 피고인만 항소해 2심에서는 신상공개 여부를 다툴 수 없게 됐다. 1심 재판부는 “재범의 위험성을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의 신상정보가 공개됨에 따라 피해자가 겪게 될 정신적 상처와 고통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외부 노출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애매한 기준, 대법원에서부터 엇갈리는 신상공개 판결 = 문제는 관련 법 조항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판례가 확립돼 있지 않아 유사한 사안을 두고 공개 여부를 다르게 판단한다는 점이다.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성범죄 피고인에 대해 신상정보를 공개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2011년 4월 대법원 2부는 “공개명령의 집행과정에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을 표기하지 아니 하도록 돼 있는 사정을 감안하면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시하면서 12살 친딸을 강간한 B 씨에 대해 징역 9년과 신상공개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관련법이 애매하고 명확한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하급심에서는 친족 간의 성폭력에 대해 엇갈린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주지법은 14살 친딸을 성폭행한 박모(37) 씨에게 징역 5년과 신상공개 7년을 선고했다. 반면 제주지법에서는 10살 친딸을 수년간 성폭행한 교육공무원 C(47) 씨에게 올해 3월 징역 10년을 선고하면서 신상공개는 기각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